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7

작성일 2009-02-12 첨부파일


왜 황반부에 구멍이 생길까?

망막은 눈 안쪽 벽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얇은 신경막으로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과는 달리 중심에서만 초점이 선명합니다. 그 중심점은 다른 부위보다 더 진한 갈색을 띄고 있어서 황반(黃斑, 노란반점, macula)이라고 합니다.

황반부는 원뿔세포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색각을 담당하며, 시력을 결정합니다. 다초점망막전기생리검사(multifocal erg)를 해 보면 중심에 솟은 높은 탑을 볼 수 있는데 황반부가 다른 부위보다 얼마나 예민한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황반부에 생긴 망막조직의 결손을 황반원공(macular hole)이라고 합니다. 주로 60세 이상 여성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증상이나 원인이 없이 생기는 병입니다. 아무 증상 없이 중심시력이 소실됩니다. 갑자기 소중한 지도자를 잃어버린 망막은 초점을 잃고 흔들립니다. 세상은 ‘눈 먼 자들의 도시’가 됩니다. 1850년대까지도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침침함이라며 당연시 했습니다.

황반원공이란 병을 처음 기술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입니다. 1869년 냅(knapp)은 외상으로 눈 속 출혈이 생긴 환자를 관찰하다가 우연히 황반부에 생긴 작고 둥근 구멍을 발견하였습니다. 2년 후 노이에스(noyes)는 검안경으로 그 구멍을 조사하였는데 바닥이 망막의 표면보다 깊다는 것을 알아내었지요.

다른 원인들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1901년 코우츠(coats)와 1907년 푹(fuch)는 조직검사를 통해 망막내부의 수포들이 융합되어 구멍을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수포들이 생긴 망막에서는 혈관의 수축과 경련이 특징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그들은 노화된 혈관 때문에 망막에 수포가 생겼고, 그 수포들이 융합하여 구멍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1912년에 수포 주위에서 유리체의 응집이 처음 목격되었습니다. 1924년 리스터(lister)는 황반원공의 원인으로 눈 속에 있는 젤 성분의 투명한 물, 즉 유리체(vitreous)를 지목하였습니다. 황반부에 붙어있던 유리체가 노화로 분리될 때 황반부의 조직이 당겨지며 떨어져나간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견인 없이 유리체가 떨어진 눈에서도 황반원공이 발생한다는 점과 황반원공에서 유리체의 견인을 항상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생겼습니다.

어떤 병의 생성기전을 모른다는 것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나마 혈관의 노화와 수포성 이론에 의거하여 혈관의 변화를 막기 위한 항불안제, 아세틸콜린과 같은 혈관확장제, 니코틴산, 염화칼슘, 인산나트륨과 칼륨, 비타민과 미네랄, 호르몬, 진정제, 금연 등의 치료법들이 시도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치료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치료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0세기에 들어섰어도 무려 70년 이상을 우왕좌왕하였습니다.

1986년에 몰간(morgan)과 샤츠(sCHAtz)는 황반부가 퇴행성으로 얇아졌다는 설명을 내 놓았습니다. 즉 수포성 변화로 얇아진 황반부에 유리체 견인이 작용할 경우 쉽게 구멍이 생긴다는 이론입니다. 이것이라면 모두를 아우르는 좋은 설명입니다.

1988년 배스컴 팔머 눈연구소(bascom palmer eye institute)의 가스(gass)와 존슨(johnson)은 그들만의 독특한 이론을 제시하였습니다. 황반부의 면을 따라 당겨지는 접선 견인력이 황반부에 구멍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접선 견인력이란 마치 풀 먹인 창호지가 팽팽해지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견인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많은 경우가 황반부와 유리체 사이에 존재하는 정상적인 빈 공간 (후유리체소공)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들은 망막에 부착되어 있는 유리체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가 황반부에서 국소적으로 수축이 되면 앞뒤 견인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유리체는 황반원공의 발생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황반부의 앞뒤, 그리고 접선방향 견인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입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매우 획기적인 발상입니다.

이러한 이론은 최근 빛간섭단층촬영검사(oct, optical coherence tomography)가 개발된 후 더욱 확실히 증명되었습니다. 망막의 면을 따라 얇게 다리처럼 붙어있는 유리체(a), 그것이 황반조직을 견인하고(b), 결국 유리체(c, 얇은 선)가 망막으로부터 분리될 때 황반조직과 함께 떨어져 나가서 구멍을 만드는 모습(c, d)을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황반원공의 발생기전이 노화된 유리체의 앞뒤 또는 접선 견인 때문이라고 알려지면서 그 전까지는 전혀 손을 대지 못했던 황반원공의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e) 바로 견인이 되는 유리체를 제거하고, 망막의 안쪽 면을 벗겨버리는 수술입니다. 독창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생각(original and free mind)들이 ‘눈 먼 자들의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