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13

작성일 2009-03-16 첨부파일


뮐러세포의 신발 벗기기

뇌와 같은 신경조직에는 신경세포(neuron)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를 지지해주는 신경교세포(glial cell)가 있습니다. 사실 신경세포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신경교세포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교세포도 표시나지 않는 중요한 일들을 쉬지않고 하고 있답니다.

교세포에는 별세포(astrocyte), 희돌기세포(oligodendroglia) 및 미세세포(microglial) 등이 있으며, 신경세포보다 10-50배나 많습니다. 교세포는 신경세포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며, 죽은 신경세포를 소화시켜 처리하고, 신경세포가 지나갈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며, 세포바깥의 변화를 조절합니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스타들이 신경세포라면 그 뒤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며, 선전하고, 기획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교세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넓은 의미로 볼 때 의사를 믿고 따르는 환자들도 교세포라고 할 수 있지요. 교세포 없이 신경세포가 살 수 없듯이 환자 없이 의사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망막에는 광수용세포(photoreceptor cell), 양극세포(bipolar cell), 신경절세포(ganglion cell)와 같이 시각기전을 담당하는 중요한 신경세포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망막에도 이들을 지지해주는 교세포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뮐러세포(muller cell)입니다.

카잘(cajal)이란 학자는 벌써 100년도 전에 다양한 동물의 눈에서 뮐러세포를 찾았습니다. 망막의 전 층을 가로질러 길게 우뚝 서 있는 뮐러세포는 팔과 다리, 그리고 사각형의 헤어스타일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 같아 정겹습니다. 뮐러세포의 많은 팔들은 망막의 여러 신경세포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눈 안쪽 유리체와 닿은 뮐러세포의 발 쪽 세포막은 망막의 안쪽 경계를 이루는 막(내경계막, ilm, inteRNAl limiting membrane)입니다.

뮐러세포는 단순히 망막을 지지하는 큰 세포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세포가 k+이온을 잘 투과하는 특성이 있음을 발견한 이후로 이 세포를 통해 망막 전 층의 전기적 변화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신경세포들의 활동성이 뮐러세포의 k+이온 투과성에 영향을 주어 세포막의 전기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망막전위도검사(erg, electroretinography)는 바로 이 뮐러세포의 전기적 변화를 측정하여 망막세포의 상태를 알아보는 검사입니다.

또한 뮐러세포는 시력에 필요한 비타민 a를 운반하는 단백질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몸에 흡수된 비타민 a(레티놀, retinol)을 눈에 필요한 레티날(retinal) 형태로 바꾸거나 레티노산(retinoic acid)으로 바꾸어 저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뮐러세포는 시세포(photoreceptor cell)와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럼 오늘의 제목 ‘뮐러세포의 신발 벗기기’는 무엇이냐고요? 이것은 망막의 미세수술 중 내경계막제거술(inteRNAl limitig membrane peeling)을 말합니다.

황반원공(macular hole)을 폐쇄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이 수술은 세상에서 가장 미세한 수술일 것입니다. 세포 하나를 전부 제거하는 것도 아니고, 한 세포의 2μm 밖에 안 되는 세포막을 벗기는 수술이니까요. 이 막을 제거할 때 망막의 다른 세포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 막을 잘 볼 수 있도록 염색약(icg, indocyanine green)으로 푸르게 염색한 다음 미세한 집게를 눈 속에 넣어 황반원공 주위로 마치 사과껍질을 벗기듯 둥글게 제거합니다. 숨을 죽이고,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바로 이 내경계막이 뮐러세포의 기저막(basement membrane) 또는 발판(footplate)이기 때문에 사실은 뮐러세포의 발바닥 벗기기라고 해야 되는데 뭔가 조금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신발 벗기기로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