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16

작성일 2009-04-28 첨부파일


sf6와 지구 온난화

“아빠. 환경 포스터 만드는 것 좀 도와주세요.”

“그래. 무슨 주제로 할 지는 정했고?”

“지구 온난화요.”

“미소야. 지구 온난화가 뭔지는 알고 있는 거지?”

“네. 자동차 매연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공중에서 비닐하우스와 같은 층을 만들어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현상이요.”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내용 치고는 조금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저를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데요. 이산화탄소보다 더 무서운 게 불소가스래요.”

불소가스라는 소리에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았더니 그것은 바로 sf6(sulphur hexafloride)가 아니겠습니까?

“양은 적지만 안 없어져서 그렇대요.”

sf6는 1901년 프랑스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 모아상(henri moissan)이 1901년 레보(paul lebeau)와 함께 연구하여 발견한 가스입니다. 이 가스는 무색, 무취, 무독성, 비인화성, 강한 절연성이 있어서 고압선들의 강한 전류를 쉽게 제어할 뿐 아니라 이러한 고압 장치를 획기적으로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만든 자료에 의하면 1년 동안 전 세계에 약 8,000톤의 가스가 배출되고 있는데, 그 중에 6,000톤이 전기 절연물질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1970년 공기 중 sf6는 0.03 pptv(part per trillion volume, 1조 분의 1 단위)였는데, 1992년에 2.8 pptv로 증가하였으며, 매년 8.3%의 증가율을 보여 2030년에 20 pptv가 된다고 합니다.

미소의 말 대로 199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nr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sf6 가스를 지난 100년간에 걸쳐 co2 보다 23,900 배나 더 강력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한 내용이 있군요. sf6가 공기 중에 퍼지면 자연적으로 제거되는 데에 3,200년이 걸린다고 하지만 당장 이것을 대치할 물질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가스를 사용할 때 가능하면 공기 중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고, 밀봉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였다고 합니다. 노르웨이는 정부의 노력으로 최근 10년간 sf6 배출을 거의 1/10로 줄였습니다.

“미소야. 그래도 아빠는 이 가스를 꼭 써야 되겠는데...”

sf6는 찢어진 망막을 붙이거나 망막 뒤의 피를 다른 곳으로 밀어내기 위해 눈 속에 주입하는 가스입니다. 팽창하는 성질이 있어서 18%로 공기와 희석해서 넣으면 팽창하지 않은 채 눈 속에 2주 이상 남아있습니다. c3f8도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며 14%로 희석하면 눈 속에 한 달 이상 남아있습니다. c3f8도 공기 중에 2600년이나 남아 있는 지구온난화 물질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미소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나중에 완성된 포스터의 글을 보고 미소를 지었지요.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습니다.

“sf6 사용을 줄입시다. 아빠만 빼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