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18

작성일 2009-05-23 첨부파일


몸속에서 나오는 악마의 소리

모아상(henri miossan)과 레보(paul lebeau)가 1901년에 발견한 sf6는 지금도 망막이 찢어졌을 때 눈 속에 주사하여 찢어진 망막을 붙이는데 사용되고 있는 가스입니다. 눈 속에 넣은 가스는 sf6 외에도 c3f8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몸에 가스를 넣은 시도의 중심에 sf6가 있었습니다.

몸에 공기나 가스를 넣는 시도는 1930년대부터 동물실험을 통해 꾸준히 있었지요. 당시 실험을 위해 외부와 열려있는 폐, 부분적으로 닫혀있는 위장관과 귀, 그리고 완전히 닫혀있는 뇌실, 복강, 눈, 방광, 폐, 피하공기주머니를 구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피하공기주머니에 대한 연구는 200년 전 이미 연구되었으며, 방광에 대한 연구는 150년 이상 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sf6 가스를 사람의 몸에 주입한 것은 1950년대였는데, 주로 산소가 있어야 사는 결핵균을 죽이기 위해 폐나 복강에 넣은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망막박리 치료를 위해서 눈 속에 공기를 주입하던 때였습니다.

1980년대에는 폐암으로 한 쪽 폐를 제거한 경우 반대 편 폐가 확장되어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폐를 제거한 흉강으로 sf6를 넣었습니다. 공기와는 달리 sf6는 무겁기 때문에 흉강 아래 깊은 곳 까지 채울 수 있으며, 혈관이나 조직을 통해 흡수되는 속도도 매우 느리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 정도만 주입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2000년대에도 유지가 되었는데 sf6를 넣은 채 추가적인 방사선 치료를 해도 흉각 내에 섬유화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72년 반혼(van horn)이 토끼 눈에, 파인버그(fineberg)가 올빼미 눈에 sf6를 주사하고 큰 문제가 없음을 관찰하자, 그 이듬해에 놀톤(norton)과 비간타스(vygantas)는 처음으로 국소망막박리 치료를 위해 sf6를 포함한 여러 가지 가스들을 눈 속으로 주입하였습니다.

당시 폐에 넣은 sf6가 독성이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던 때라서 눈 속으로의 주입은 참으로 용감한 결정이었지요.

실제로 1950년대에 결핵균을 죽이기 위해서 폐에 넣었던 sf6는 산소 뿐 아니라 호흡반사를 자극하는 이산화탄소마저 대치를 하기 때문에 질식의 위험이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질식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자 이러한 치료는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2008년 10월 한 남자가 용감하게 sf6 가스를 흡입했습니다. 그 사람은 미국의 mythbusters라는 프로그램의 진행보조자인 아담 새비지(adam savage)인데, 예술가이며, 이 시대의 기인입니다. 그는 무엇이든 만들고, 디자인 하고, 실험을 합니다. 자신의 조각품 전시회를 40회 이상 가졌을 뿐 아니라 최근에 스타워즈, 에이 아이, 매트릭스를 비롯한 유명한 영화에서 음향을 담당한 실력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경험한 것은 sf6 가스를 마신 후 말을 하니 몸속에서 낮고 굵은 악마의 소리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공기보다 7배나 가벼운 헬륨 가스를 풍선에 넣으면 하늘 높이 보낼 수 있으며, 이런 헬륨 가스를 마시고 말을 하면 높고 가는 도날드 덕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sf6를 마시고 말을 할 때 악마의 소리가 나는 이유는 sf6가 공기보다 5배가 무거워서 공기 중으로 나가는 속도를 0.44배나 감소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sf6를 넣어 하늘 위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풍선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빠. 그런데 무늬만 악마의 목소리에요. 눈 속에서는 천사 같은 일을 하잖아요.” 사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무늬만 악마라고 해도 어린이들은 따라하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