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21

작성일 2009-06-22 첨부파일


자기장에 반응하는 세균 (magnetotactic bacteria)

조류학자들은 철새들이 먼 곳을 정확히 찾아가기 위해 자기장을 감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물학자들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특이한 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를 연구하면서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단백질이 자기장을 감지하고 있음을 알아내었습니다.

한편 미생물학자들은 철새가 자기장을 감지하는 기전에 대해 식물학자들과는 조금 다른 견해를 보입니다.

1975년 블랙모어 교수는 사이언스(science)지에 자기장에 반응하는 미생물에 대한 심도가 있는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생물은 이미 12년 전(1963) 이탈리아 파비아대학(university of pavia) 미생물연구소의 벨리니(salvatore bellini)가 현미경을 보던 중 발견한 것으로 마치 나침반처럼 지구의 지축을 따라 자신의 몸을 정렬하는 특이한 세균을 말합니다. 주자성 세균(magnetotactic bacteria)으로 불리는 이 단세포 생물은 마그네토솜(magnetosome)이라는 작은 주머니에 쇳가루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세균은 호수의 침전물 중 산소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경계면에서 주로 발견이 되는데, 이것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산소가 희박한 침전물 속에서 먹이나 산소가 있는 환경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증거가 됩니다.

베이징 근처 미연(miyun) 호수의 침전물에서는 다양한 쇳가루를 가진 서로 다른 주자성 세균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진화론자들은 이 쇳가루가 영국의 남쪽에서 발견된 1억 년 전 백악기 시대의 자기화석(magnetofossil)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르며, 이 자기화석은 19억 년 전에 존재했던 부싯돌가루일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아무튼 자력에 반응하는 이 쇳가루는 그 성분에 따라 산화철(fe3o4, magnetite)과 황화철(fe3s4, greigeit)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산화철이 3배나 더 강합니다.

이 쇳가루들은 크기가 100nm 정도인데 자세히 보면 마치 가공된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신비한 수학적 규칙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0년에 이 세균은 우주왕복선으로 운반된 적이 있었는데, 진공상태에서는 자성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균의 세포 속에 있는 쇳가루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나노 쇳가루와 다른 여러 가지 특징과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균의 것은 모양이 일정하고, 자성을 따라 훨씬 얇게 줄을 설 수 있으며, 지질과 단백질을 가진 막으로 싸여있지요.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면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럽게 자석을 생체에 부착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세균의 쇳가루는 운석이나 자성 광석을 함유한 광산에서도 정확히 남북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효소를 고정하거나, 자성을 지닌 항체를 만들거나, 면역글로불린을 정량하거나, 세포군항체를 추적하거나, 유전인자를 세포로 집어넣거나, 일반적인 방법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세포에 dna를 코팅하여 넣을 때 이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러한 세균의 쇳가루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공법과 배양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제 철새들의 몸속에 이러한 쇳가루가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