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22

작성일 2009-06-30 첨부파일


산호(coral)의 보름달

지금 우리는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여 머나먼 고향을 정확히 찾아가는 철새의 비밀을 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잠시 지난 시간에 자기장을 감지하고 있는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라는 식물과 자기장에 자신의 몸을 맞추며 살아가고 있는 주자성 세균(magnetotactic bacteria)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산호의 리듬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낮과 밤의 주기를 따라 몸을 변화시키는 생물들 중 대표적인 것이 산호입니다. 낮에는 촉수들이 작아져 있지만 밤에는 커집니다. 밤에는 수중 플랑크톤이 많아지는데, 가만히 기다렸다가 흘러오는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사는 산호에게는 촉수가 밤에 커지는 것이 생존에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진 폴립 속에는 입이 있는데 위강으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한 폴립이 취한 영양은 전체의 영양이 됩니다. 폴립이 죽으면 아름다운 석회질 골격이 예술작품처럼 남습니다.

자웅이체인 산호는 매년 일정한 시기에 난자와 정자를 체외로 배출하여 바닷물 속에서 수정을 합니다. 수정란은 얼마 후 표면에 섬모가 난 플라눌라 유생이 되어 헤엄쳐 다니다가 다른 물체에 부착하여 한쪽 끝이 입이 되고, 그 주위에 촉수가 나와 폴립이 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러한 생식이 보름달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카리브 산호초(caribbean reefs)는 7월과 8월, 대보초(great barrier reef)는 11월 보름달이 뜬 후 수 일간에 걸쳐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산호의 생식이 달의 주기와 관련이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은 오랜 시간동안 이것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호주 퀸스랜드(queensland university) 대학의 레비(levy) 교수도 산호초와 같은 단순한 생명체가 어떻게 달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지 궁금해 하던 과학자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레비 교수팀은 최근(2007, science) 빛에 민감한 단백질을 가진 돌산호(acropora millepora)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태양의 푸른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크립토크롬(cryptochrome) 1과 2가 그 단백질입니다. 낮에만 만들어지는 줄 알았던 이 단백질들이 밤에도 소량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레비 교수팀은 돌산호를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흰 점)은 빛과 어두움에 반복적으로 노출을 시켰으며, 다른 군(검은 점)은 어둠 속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먼저 크립토크롬 1(a, cry1)을 빛과 어두움 속에 번갈아가며 두었더니 햇빛이 강해지면 많이 생산되다가 어두워지면 줄어들었으며, 계속 어둠 속에 두자 생산이 불규칙 해졌습니다.

이번에는 크립토크롬 2(b, cry2, 아래의 낮은 그래프)를 빛과 어두움 속에 번갈아가며 두자 마찬가지로 햇빛의 양에 비례하여 생산이 증가하였는데, 특이하게도 어둠 속에 계속 두자 어떤 특정한 시간에 생산이 증가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통해 산호의 크립토크롬은 일주기 리듬을 타고 있으며, 크립토크롬 2는 어두움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의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보름달이 떴을 때와 초승달이 떴을 때 어두움에서 조용히 일을 하고 있는 크립토크롬 2의 변화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특이하게도 보름달이 떴을 때 크립토크롬 2가 초승달이 떴을 때보다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또한 계속된 연구에서 크립토크롬 2의 생산은 8월과 9월의 보름달에서 최고에 달했는데, 바로 산호의 생식주기와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보름달이 뜨는 날의 낮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산호의 이러한 리듬은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며, 안전한 보름달을 이용하여 번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새끼들을 위해 조류의 변화가 비교적 적은 보름달을 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철새들의 눈 속에 있는 크립토크롬은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여 머나 먼 고향을 정확히 찾아가는데 이용하고 있으며, 산호의 몸속에 있는 크립토크롬은 보름달빛을 감지하여 유충들을 가장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크립토크롬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묘한 단백질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