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24

작성일 2009-07-21 첨부파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축구공

철새들의 눈에 존재하는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란 단백질은 먼 곳을 정확히 찾아가기 위해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고 있는 물질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연구하려면 이 단백질이 필요합니다만 이 단백질을 분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고심 끝에 크립토크롬과 매우 유사한 cpf(carotenoid-porphyrin-fullerene triad) 라는 단백질을 합성하였습니다. 실제로 이 단백질에 특별한 파장의 빛을 주었더니 자기장을 감지하여 반응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세 개의 물질이 합쳐진 cpf 단백질의 구조를 보면 오른쪽 끝에 작은 축구공이 하나 보입니다. 이것은 탄소원자 60개로 이루어진 풀러렌(fullerene, c60)이란 분자인데, 축구공과 똑같이 12개의 5각형과 20개의 6각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름이 10억 분의 1m로 보통 머리카락 10만 분의 1 굵기 밖에 안 되는 1 nm입니다.

이 물질은 1985년 미국의 화학자 스몰리(riCHArd smalley), 컬(robert curl jr), 영국의 화학자 크로토(sir harold kroto)가 헬륨 가스 속에서 흑연에 레이저 광선을 쏘았을 때 생긴 검은 분말 그을음에서 발견하였습니다.


흑연, 숯, 다이아몬드와 함께 탄소만으로 구성된 새로운 물질입니다. 당시 질량분석기로 탄소 원자가 60개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구조는 몰랐다가 우연히 축구공 구조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6년 뒤 x-선 검사에서 마침내 축구공의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이 ‘나노의 축구공’은 돔 모양의 건물을 설계한 미국의 건축가 풀러(buckminster fuller, 1895~1983)의 이름을 딴 것이며, ‘버키 볼(bucky ball)’이라는 별칭도 생겼습니다. 이들은 풀러렌을 발견한지 11년 후(1996)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풀러렌이라는 새로운 물질의 발견은 과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안정된 축구공 구조이므로 고온, 고압에 잘 견디고, 강하면서도 부드러우며, 내부에 0.4nm의 공간이 있습니다.

1991년 일본전기회사(nec) 연구소의 이지마 스미오(iijima smio) 박사는 전기방전법을 이용하여 흑연의 음극에 형성된 탄소덩어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탄소 6개로 이루어진 6각형들이 연결된 관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 또한 풀러렌에 속하며, 지름이 수십 nm에 불과하여 탄소나노튜브라고 합니다.

전기 전도가 구리와 비슷하고, 열전도율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이아몬드와 같으며, 강도는 63 gpa(gigapascal)로 철강보다 100배나 높아서 1mm2이 6,300kg를 지탱할 수 있고, 15%를 변형시켜도 견딜 수 있습니다.

이것은 lcd, led 뿐 아니라 차세대 fed(field emission display)에 사용되고 있으며, 내부 공간에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서 작고도 가벼운 2차 전지 개발에 이용되고 있고, 그 외에 윤활제, 공업용 촉매제, 초전도체, 축전지 뿐 아니라 약품 전달매체 등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풀러렌을 발견하기 15년 전에 이러한 물질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일본 토요하시(toyohashi) 공대의 에이지 오사와(eiji osawa) 교수는 1970년에 1개의 5각형 탄소고리와 5개의 6각형 벤젠고리로 이루어진 코라눌렌(corannulene, c20h10)을 발견하였는데, 마치 축구공의 일부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그는 어딘가에 나머지 조각이 공처럼 연결된 물질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일본 잡지(kagaku, 1970)에 발표하였습니다.

가장 알려진 것이 탄소가 60개인 풀러렌인데 그 외에도 가장 작은 c-20부터 c-200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그림들을 보면 어떤 패턴이 있는 예술작품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잠시 산수하나 해 봅시다. c-60 플러렌은 점이 60개, 면이 32개라고 했는데, 그럼 선은 몇 개일까요? v(vertices, 점)-e(edges, 선)+f(faces, 면)=2 라는 오일러의 다면체 공식에 의하면 60-e+32=2 이니까 선(e)은 90개입니다. 참고로 수학적 계산에 의하면 c-200 풀러렌은 15,655,672개의 모양이 조금씩 다른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