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25

작성일 2009-07-29 첨부파일


흑꼬리도요새가 멀리 나는 이유

철새들은 아무리 멀어도 철마다 자신의 목적지를 정확히 날아갈 수 있습니다. 새들에 따라 대륙을 횡단하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머나먼 여정이지만 놀라울 만큼 정확합니다. 일반적으로 고도를 150-600m를 유지하지만, 고방오리, 인도기러기, 흑꼬리도요새 등은 5,000m 이상의 히말라야 산맥을 넘기도 합니다.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중간에 멈추기는 하지만 총 이주거리로는 북극제비갈매기가 단연 앞섭니다. 북극지방에서 서식하다가 남아프리카과 남아메리카까지 이주하는데 3개월 걸려 무려 22,000km를 비행합니다. 흰목노리새는 여름은 독일에서 나고 겨울은 아프리카에서 납니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새끼 새는 독립하는데, 부모는 새끼를 남겨 놓은 채 먼저 아프리카로 떠나 버립니다. 남겨졌던 새끼 새는 몇 주 후 그 자리를 떠나 수천 마일 낯선 땅과 바다를 가로질러 먼저 떠났던 부모를 만납니다.

정확한 이동이 가능한 것은 새들의 눈 속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단백질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푸른색의 빛을 감지하는 이 단백질은 자기장을 동시에 감지함으로써 길을 찾는데 도움을 줍니다.

철새를 새장에서 가두어 두었을 때 이동시기가 되면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향해 안절부절하는 모습(migratory unrest)을 보입니다. 과학자들은 새장에 자기장의 강도를 달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는 조금씩 자기력을 올려보았는데 처음에는 변화가 없다가 어느 정도 되자 이상하게도 180도 반대 방향을 향하는 무리들이 생기더니 어느 순간에 새들은 방향을 잃어버립니다. 새들이 자기장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몸무게 300g 내외이고, 몸 길이 40cm 가량에 날개의 길이는 80cm이며, 등은 갈색이고, 배 아래쪽은 흰색을 띄고 있는 흑꼬리도요새(bar-tailed godwits)는 가장 멀리 나는 철새입니다. 우리나라 서해안 개펄을 찾는 철새들 중 하나입니다.

2007년 뉴질랜드 매시대학 생태학 연구팀은 흑꼬리 도요새의 몸에 추적장치를 부착하여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뉴질랜드의 코로만델 반도를 출발하여 북한의 압록강까지 11,026km를 일주일 간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서 도착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여름을 보내며 몸을 불리지만 비행 한 번에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 새들은 몇 주간 개펄에 머물며 휴식을 취한 뒤 최종 목적지인 알래스카로 다시 이동합니다. 그들 중 e7으로 명명한 한 암컷은 11,680km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7일간 바다 위를 나는 동안 몸에 있는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생명은 위협을 받게 됩니다. 또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풍을 만나면 자기장을 감지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와 홀로 새로운 곳으로 날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알라스카까지 날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날아야 하는 이유는 그곳에 가야 새로운 짝을 만나서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조용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학영 시인이 쓴 도요새라는 시를 한 번 감상해 봅시다.




도요새 (이학영)



새 중에 도요새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 (중략)

손으로 들어 올리면 그거나 그거나 거지반

달걀 하나 정도 무게라는데 (중략)



달걀보다 가벼운 것

아니 연꽃보다 가볍고 목련보다 가벼운 것

달밤에 마당 어귀에 내리비치는 달빛보다 가벼운 것

그것들이 한 점 획을 그으며 드넓은 대양을 날아간다.



아하, 내 사는 곳 가까운 바다에

아직도 그런 꿈꾸는 것들이 살고 있다니

아직도 무언가를 그리며 허공, 그 막막한 속을

날아가는 것들이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