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27

작성일 2009-08-26 첨부파일


라디칼결합 나침반(radical-pair compass)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철새들이 지구를 가로질러서 정확히 고향을 찾아갈 수 있는 이유는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나침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침반은 새들의 망막에서 푸른빛을 감지하는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단백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단백질 속에서 쌍으로 결합되어 있는(라디칼결합, radical pair) fad(flavin adenine dinucleotide)와 세 개의 트립토판(tryptophane, trp)이 나침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럼 어떤 기전인지 한 번 볼까요?

새들이 어떤 방향을 향해 날아갈 때 지구의 자기장과 머리의 방향 사이에 각이 달라집니다.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 단백질 분자의 라디칼결합이 시력을 조절하여 시야에서 상대적으로 밝거나 어두운 부분을 만듭니다.(우측사진) 이 때 새들은 시야에 생긴 어두운 띠를 감지하여 머리의 방향을 재조정합니다. 새들은 자신이 원하는 각도를 유지하며 리우빌(liouville 공식)을 따라 자기장을 뚫고 고향으로 날아갑니다.

여기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크립토크롬 단백질에 있는 fad와 세 쌍의 트립토판이 어떤 기전으로 나침반 역할을 하는지 말입니다.

눈 속으로 들어온 푸른빛이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에 닿으면 fad가 전자 하나를 잃어버려 들뜬(excited) 단가상태(singlet state, fad-)가 됩니다. fad 분자에 남아 있는 하나의 전자는 이 분자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을 합니다.(s1) 떨어져 나온 하나의 전자는 그 옆에 있는 세 개의 트립토판에 차례로 전달이 되어 최종적으로 트림토판324를 삼가상태(triplet state, trp+)로 만듭니다.

여기서 남은 전자는 마찬가지로 분자의 축을 따라 회전을 하게 됩니다.(s2) 지구의 자기장은 fad와 트립토판 사이에 상대적인 양극과 음극을 만듭니다. 이것은 전자의 회전각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회전각도에 따라 시야에 어두운 띠가 생깁니다. 새들은 띠 모양을 감지하여 자신이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합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철새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정교한 나침반이 프로그램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철새들은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로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으며, 그것을 이용하여 고향을 정확히 찾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망막에도 빛에 반응하는 옵신(opsin)이라는 유사한 단백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옵신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두 딸에게 물어보았지요.

미소는 “사람들은 이러한 나침반이 없어도 고향을 찾아갈 수 있잖아요.” 했습니다. 지혜는 “사람들의 고향은 새들처럼 평생 일정하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의 고향은 태어난 곳도 되지만 부모님이 계신 곳도 되잖아요. 아빠가 항상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 알칸소를 생각하시는 것 처럼이요.” 했습니다. 그러자 미소가 “그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고향은 하늘나라겠네. 증조할아버지가 지금 하늘나라에 계시니까.”

어쩌면 우리의 잃어버린 고향은 하늘나라가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생명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철새들처럼 나침반 기능이 없어도 되겠습니다.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