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28

작성일 2009-08-27 첨부파일


초파리의 또 다른 세상

지금까지 철새들의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단백질이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여 고향을 정확히 찾도록 해 준다는 것을 설명하였습니다. 이 단백질 속에 있는 세 개의 트립토판(tryptophane)과 fad(flavin adenine dinucleotide)가 푸른빛을 받을 때 전자를 서로에게 전달하여 들뜬 상태가 되고, 자기장 축에 맞추어 회전하는 전자들의 각도를 새들이 인지한다는 내용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크립토크롬의 비밀을 알게 된 데에는 초파리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1900년에 멘델(gregor johann mendel, 1822-1884)의 유전법칙이 발표된 이후 초파리는 유전연구에 가장 좋은 모델이 되었습니다. 실험실에서 기를 수 있고, 작고, 생명주기가 짧고, 알을 많이 낳고, 염색체가 큰데다가 14,000개의 유전인자에 대한 유전지도가 완전히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 중 그리스어원으로 이슬(droso=dew)을 좋아하는(phila=lover) 검은(malano=dark-coloured) 배(gaster=belly)를 가진 파리란 뜻의 노랑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는 노란 얼굴에 귀마개처럼 생긴 빨간 눈이 인상적입니다. 암컷은 달콤한 과일 속으로 한 번에 5마리씩 알을 낳으며 총 400개를 낳습니다. 0.5mm 크기의 알은 12시간 후 부화하여 유충이되고, 과일을 먹으면서 1일과 2일째 두 번의 변이를 거쳐 4일 후 번데기로 변태를 하며, 4일 후 성충이 됩니다. 이 초파리의 알은 온도에 민감하여 섭씨 28도에서는 7일 만에 성충이 되지만, 30도에서는 11일 걸리고, 18도에서는 19일이 걸립니다.

초파리는 1초에 220번 날갯짓을 하며 곧장 날아가다가 50msec 이내에 90도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공기의 습도가 방향을 바꾸는데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방향을 바꿀 때 날갯짓의 속도를 줄였다가 가속을 붙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말입니다.

수컷 초파리는 마음에 드는 암컷을 만나면 뒤에서 살짝 건드리면서 구애를 하고, 다시 앞에서 날개로 소리를 내어 노래를 합니다. 특이한 것은 암컷의 앞뒤에서 45도 각도를 유지하면서 접근하거나 날갯짓 속도를 조절하여 노래하는 이러한 구애의 행동이 모든 초파리에서 마치 프로그램이 된 것처럼 같다는 것입니다.


초파리의 눈은 760개의 낱눈(ommatidia)으로 이루어진 겹눈(compound eye)으로 곤충들 중에서는 매우 앞선 것입니다.(사진을 매직아이로 보면 입체로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낱눈은 각막과 붉은 색소세포, 그리고 8개의 시세포(photoreceptor cell, r1-8)를 가지고 있습니다. 붉은 색소세포는 청색광을 흡수하여 희미한 불빛에서도 시력을 잃지 않게 합니다. r1-6 시세포는 푸른색(480nm)을 감지하며, r7,8 시세포는 자외선(345-375nm)과 푸른색(437nm)과 녹색(508nm)을 감지합니다. 시각기전은 사람의 기전과 매우 흡사하며, 총 20만개의 뇌세포 중 2/3가 시각을 위해 일을 합니다. 사람의 눈보다 공간인지력은 매우 떨어지지만 시간인지력은 10배나 좋습니다.

초파리의 눈 속에 있는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란 단백질은 청색 및 자외선에 대한 수용체로서 초파리의 일주기성 시계를 조절하는데 관여합니다. 그런데 최근 크립토크롬이 자기장을 감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먼저 음식물이 놓여 있는 훈련 튜브에서 자기장에 반응하도록 초파리를 훈련시킵니다.

훈련된 초파리에게 크립토크롬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푸른색 파장의 빛이나 자외선을 줍니다. 그렇게 하면 초파리들은 자기장이 있는 곳으로 몰려갑니다. 그런데 이러한 파장의 빛을 차단하거나 다른 파장의 빛을 줄 경우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또한 유전자를 변형시켜서 크립토크롬 수용체에 돌연변이를 만들 경우에도 그러합니다. 이것은 초파리의 크립토크롬이 단파장의 빛이 있을 경우에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의 눈은 가시광선 영역의 사물을 보고 있지만 초파리나 철새는 자외선을 감지하고 자기장을 감지합니다. 이들은 오늘도 우리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경이로운 능력과 특별한 사랑 외에도 이들을 돌보고 있는 절대자의 솜씨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