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32

작성일 2009-09-30 첨부파일



나바조 인디언의 영양장애(dystrophy)

망막색소변성(retinitis pigmentosa)은 어릴 때부터 야맹증이 생기고, 점차 시야가 좁아지다가 중심시력마저 저하되는 유전병입니다. 특징적으로 검은 조각 뼈 모양의 색소가 망막의 주변부에 침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약 1/5,000의 유병율을 보이지만 나바조(navajo) 인디언들은 1/1,878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병율을 보입니다. 이들이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척박한 땅 아리조나 사막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먹을 것이 부족할 경우 망막의 변성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후천적인 요인 때문에 망막이 점점 손상되는 병을 망막변성(retinal degeneration)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해 유전적인 요인으로 망막이 손상되는 병을 망막영양장애(retinal dystrophy)라고 하지요. 오래 전부터 이런 용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초기에는 유전병은 영양장애의 문제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영양이 부족하다고 유전적인 망막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원인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꼭 영양부족에 한정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교과서에는 영양장애는 ‘잘못 사용된 말(misnomer)’이라고 명기하였습니다.

그러나 과연 영양장애를 무조건 ‘잘못 사용된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몇몇 동물 연구에서 영양부족이 유전성망막변성을 유발합니다. 유기산인 타우린(taurine)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없는 고양이에게 우유 단백질인 카세인(casein)만을 먹이면 망막세포에 변성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숭이에게 비타민 e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2년간 먹이면 황반부의 시세포가 파괴됩니다. 망막세포의 영양장애가 진행되는 백색증 쥐(albino rat)에게 갈락토스(galactose)를 오래 동안 먹이면 영양장애의 정도와 유병율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비타민 a 부족이 야맹증을 유발합니다.

실제로 망막색소변성에 있어서 식이요법은 매우 중요한 치료 영역입니다. 그 중 비타민 a를 복용하는 것은 질병의 진행을 막는데 유일하고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당근은 가장 좋은 식물성 비타민 a 공급원으로 보통 성인 남자는 하루에 비타민 a가 5,000 iu (당근 1/3컵) 정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망막색소변성이 있으면 15,000 iu (당근 한 컵)를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1 골다공증과 간질환이 있는 경우에 주의가 필요하며 일반적인 경우 수년 동안 섭취해도 간에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2



이처럼 음식과 관련된 망막세포의 손상이 보고가 되었으나 이것이 유전자에 기록되어 자손에게 전달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척박한 땅에 오랜 기간을 살아온 나바조 인디언들의 유전자는 어쩌면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1. berson el et al. a randomized trial of vitamin a and vitamin e supplementation for retinitis pigmentosa. arch ophthalmol 1993;111:761-72.

2. miggiano ga, falsini b. diet and management of degenerative diseases of the retina (retinitis pigmentosa) clin ter 2004;155:34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