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36

작성일 2009-11-10 첨부파일


로돕신(rhodopsin)의 ‘로’(rho) 인자
- 망막색소변성의 상징


아래의 좌측 사진은 비닐 세 겹 정도 되는 100μm 두께의 정상 망막을 고배율로 찍은 현미경 사진입니다. 제일 위에 나란히 서 있는 가는 막대기들은 명암을 구분하는 막대세포(rod cell)들이며, 그 사이로 색을 구분하는 둥글고 통통한 원뿔세포(cone cell)들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시세포들은 빛을 받아들여 전기신호로 바꾸어주는 광전지 역할을 합니다. 바뀐 전기신호는 그 아래에 있는 동글동글한 두 종류의 세포를 거쳐 뇌로 전달됩니다.

▲ 관리자
이에 비해 우측 사진은 두 가지의 시세포가 손상된 망막색소변성1을 보여줍니다. 그 아래 두 종류의 세포층도 일부 붕괴가 되었으니 세포의 숫자는 그런대로 잘 유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망막색소변성은 선천적으로 시세포만을 망가뜨리는 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2

여기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망막색소변성은 시세포만을 주로 망가뜨리는 것일까요? 혹시 시세포 속의 어떤 특정 물질이 손상되기 때문은 아닐까요? 혹시 그 특정 물질이 이상이 있는 유전인자와 관련된 것은 아닐까요?

지금까지 망막색소변성을 일으키는 유전인자가 어느 염색체에 있는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우리 몸에 있는 23쌍의 염색체 중에서 망막색소변성과 관련이 있는 염색체는 무려 16쌍으로 전체의 2/3 이상이 망막색소변성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양한 유전인자가 시세포와 관련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망막색소변성과 관련된 40개의 유전인자들 중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로’(rho) 유전인자의 변형이며, 전체 망막색소변성의 약 28%를 차지합니다. 지금까지 ‘로’ 인자에서 무려 150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로’(rho)는 로돕신(rhodopsin)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로’ 인자는 로돕신을 관장하는(encoding) 유전인자라는 뜻입니다. 로돕신은 시세포에서 비타민 a와 옵신(opsin)이라는 단백질이 연결된 색소성 구조물을 말합니다. 눈 속으로 빛이 들어오면 이것을 전기신호로 바꾸기 위한 첫 움직임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즉 망막색소변성은 유전인자의 변형으로 인해 시세포에서 빛을 전기로 바꾸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시세포가 손상되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 인자는 로돕신이 관여하는 여러 망막질환들과 관련됩니다. 그 중에는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로’ 인자가 3번 염색체의 긴 팔(q) 중 21-24영역, 특히 21.3영역(3q21.3)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는 ‘로’ 인자를 망막색소변성의 상징으로 간주하여 3q21.3을 선천성망막질환의 검진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망막색소변성 동물모델에서 유전자 치료의 표적위치로 정하고 있습니다.3






1. 망막색소변성(retinitis pigmentosa) : 진행성 시력 소실을 가져오는 망막질환으로 가장 많은 유전성 눈 질환입니다.

2. bowne. mol vis 2008;14:922-927.

3. o'reilly. vision research 2008:48;386–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