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42

작성일 2010-01-12 첨부파일


인공망막(artificial retina) 시대의 개막

최근 틴틴파이브의 멤버였던 이동우님의 안타까운 실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망막색소변성(retinitis pigmentosa)이란 질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망막색소변성은 보는 기능을 담당하는 망막의 시세포(photoreceptor cell)가 선천적으로 서서히 손상되어 가는 병으로 눈에서 가장 많은 유전병입니다.

시세포는 일종에 광전지와 같아서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어주는 곳입니다.

한 눈에 1억2천만 개나 되는 시세포에서 쏟아져 나온 전기신호는 망막에 있는 또 다른 세포(양극세포, bipolar cell)로 전달되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이것은 다시 150만개의 신경절세포(ganglion cell)로 전달되면서 약 1/100로 압축, 정리, 조정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150만개의 세포에서 나온 긴 신경돌기는 시신경을 구성하여 뇌로 들어갑니다.

망막색소변성은 시세포 중에서 명암을 구분하는 막대세포(rod cell)을 먼저 손상시키므로 청소년기에 야맹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후 시력과 색각을 담당하는 원뿔세포(cone cell)도 서서히 영향을 받게 되어 중년에 이르면 시력저하가 일어납니다.

이 병은 망막에 있는 양극세포나 신경절세포는 거의 정상인 채로 시세포만을 손상시킨다는 점에 착안하여 1990년대부터 시세포를 대신할 수 있는 장치들이 고안되었습니다. 즉 빛의 정보를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주어 양극세포와 신경절세포를 자극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것이 인공망막(artificial retina) 연구의 시작입니다.



망막보철(retinal implant)이라고도 불리는 무선 초소형전기장치는 머리카락보다 몇 배나 가늘면서도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의 기판 위에 수 만개의 트랜지스터 전기 자극 칩이 연결된 형태입니다.

빛을 받은 이 장치는 빛의 성질을 구분하여 매우 낮은 전기를 일으키고, 이 전기는 망막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이 망막보철은 망막 위에 올려놓아 직접 신경절세포를 자극하거나 망막 아래에 위치시켜 신경절세포 뿐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양극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일본 팀은 기판 위에 신경세포를 직접 배양하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 외에도 특수한 안경카메라로 받은 상을 망막 위에 고정한 기판에 투영시킨 후 투영된 상에서 나오는 전기자극의 차이를 망막의 신경절세포가 감지하도록 하는 것도 있습니다.

현재 망막보철과 관련된 인공망막을 연구하는 팀은 미국에 6개, 일본에 4개, 독일에 3개, 영국에 2개, 그리고 호주, 한국, 중국에 각각 1개입니다. 이 외에도 시신경에 직접 자극을 시도하는 벨기에 팀과 뇌의 시각중추에 자극을 시도하는 스페인, 캐나다 팀과 3개의 미국 팀이 있습니다.

망막보철 이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간헐적으로 들려옵니다. 그러나 아직은 시야가 좁고, 상의 질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언젠가 새 빛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 한 해도 좋은 결실이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