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43

작성일 2010-01-19 첨부파일



벨기에는

유전성, 진행성으로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망막색소변성에 대해 인공망막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공망막 연구 팀은 미국에 7개, 일본에 4개, 독일에 3개, 영국에 2개, 그리고 캐나다, 호주, 스페인, 벨기에, 중국, 그리고 한국에 각각 1개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임상실험에 성공했으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에 상용화를 하겠다고 자신 있게 발표한 팀은 미국, 독일, 영국, 그리고 벨기에입니다.

첨단 의료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 독일, 영국이 했다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습니다만 벨기에라니요. 미소야. 벨기에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 유럽 아니에요? 유럽 어디? 다시 확인할 겸 미소와 지구본 앞에 앉았습니다.

‘유럽의 십자로’로도 불리는 벨기에는 옛날부터 주변에 연접한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과 같은 강국들로부터 많이 시달림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가톨릭 국가이기 때문에 1830년 신교인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했으나 민족의식이 그리 뚜렷하지 않아 유럽역사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최첨단 인공망막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지 신기했습니다. 벨기에 하면 스머프 만화나 ‘토토의 천국’이라는 감동적인 영화, 그리고 초콜릿이 유명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데 과연 어떤 나라인지 미소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벨기에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특별한 나라였습니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베네룩스 3국으로 알려진 저지대 국가인 벨기에는 유럽연합(eu)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2009년 벨기에의 헤르만 반 롬푸이 총리가 유럽통합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1995년에 처음으로 대인지뢰 금지협약을 체결하였으며, 2006년에 다발성 지뢰금지 협약을 체결한 첫 번째 나라이기도 하지요.

벨기에는 불소가 들어있는 제품이 부서지기 쉬운 골격증을 일으킨다고 하여 판매금지를 시행하기도 하였고, 구글이 벨기에 뉴스를 허락 없이 서비스해서는 안 된다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서유럽 최초의 대도시인 겐트(ghent)가 이미 13세기에 생겼으며, 예술가와 공예 기술자들의 자치 공동체인 길드(guild)가 형성되었습니다. 또한 15세기에 유화를 최초로 발명한 사실주의 화가 얀 반 아이크(jan van eyck)가 살았으며, 구불구불한 선이 특색인 아르 누보 건축이 시작된 곳입니다.

섹소폰을 발명한 아돌프 색스(adolf sax) 또한 벨기에 사람이었습니다. 프랑스가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프랑스의 예술가들이 찾은 곳이 벨기에입니다. 신고전파 화가인 다비드(david), 위대한 문호 빅터 휴고(victor hugo), 로댕 등이 망명을 하기도 하였지요.

벨기에에는 350종이 넘는 맥주가 있는데 그 중에서 유서 깊은 사원에서 주조한 트래피스트(trappist)는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색이 짙고 낟알이 씹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순간 발효시킬 때 넣는 첨가물에 따라 달콤새콤한 lambic, 시큼한 gueuze, 달콤한 체리 맛의 kriek, 나무딸기를 곁들인 framboise 등으로 구분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콜릿 프랄린(pralines)과 고디바(godiva)가 있습니다. 프랑스요리에 견줄만한 요리 솜씨를 가지고 있으며, 벨기에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프리트(frites, 프렌치 프라이)와 와플(고프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먹거리로 백포도주로 맛을 낸 홍합요리는 국민적 메뉴입니다.

15세기에 시장이었던 브뤼셀의 대광장에는 오줌 누는 소년(manneken pis)과 팔로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아르누보 제단이 있습니다. 종교 축제인 카니발을 열광적으로 즐기며, 정오쯤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60%의 인구가 북부 플라망어권이고, 40%의 서쪽 왈론인은 불어를 사용합니다. 해양성 기후의 맑은 날씨이며, 잿빛 하늘과 젖은 길을 볼 수 있고, 우산과 우비를 착용한 모습은 매우 흔한 풍경입니다.

한국과는 이미 110년 전인 1892년 조선과 외교관계수립을 논의하기 시작하여, 1900년 초대 외교사절인 레옹 뱅까르(leon vincart)가 부임하였고, 이듬해인 1901년 3월 23일에 양국 간 첫 번째 조약에 합의하였으며, 일제시대인 1918년에 주한공관을 철수시켜야만 했고, 정부수립 후 대한민국을 인정한 최초의 국가였으며, 1951년 1월 31일 한국전쟁에 파병을 하여 117명의 전사자가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imf 때 주저하지 않고 다른 무역국과 함께 1억 3천만 달러 기금지원을 약속하였으며, 위기 이후 최초로 투자사절단을 파견한 유럽국가입니다. 한국얀센은 한국에 들어온 벨기에 기업으로 한국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노사화합분야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품질 인증서도 획득하였습니다.

아빠. 이제 보니 벨기에는 우리나라의 형제와 같은 국가네요. 아직도 왕이 있고, 만화가 있는 동화의 나라구요. 남한의 1/3 정도 크기에 인구 천만명이라니 작고 아름다운 나라가 분명해요.

언제 기회가 되면 벨기에가 소중히 생각하는 쟈크 브렐(jacques brel)의 샹송 'if you go away'을 들으며, 역사적인 예술의 도시 브뤼헤로부터 목가적인 아르덴고지의 멋진 풍경까지 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벨기에의 따듯한 마음이 어떻게 최첨단 인공망막의 기술로 발전했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