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45

작성일 2010-02-04 첨부파일


별을 보고 시력을 검사하다

고대인들은 생존과 관련된 사냥과 전쟁을 위해서 좋은 시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밤에 별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좋은 시력을 가진 청년들을 찾아냈습니다.

페르시아 사람들은 큰곰자리의 큰 국자에 있는 쌍별을 이용하였습니다. 수수께끼(the riddle)라고 부른 이 검사를 통해 엘리트 전사들을 선별하였습니다.1


아랍 사막, 특히 베두인(beduoins) 유목민들은 국자 손잡이의 두 번째 별인 미잘(mizar)과 그 옆의 알콜(alcor)을 구별하면 시력이 좋다고 하였으며, 이것은 아랍 아이들의 눈 검사(arab eye test)로 사용되었습니다.2

아랍 이외의 문화권에서 미잘과 알콜은 ‘말과 기수(horse and rider)'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1954년판 보이스카웃 소책자(official boy scout handbook)에 보면 미국 원주민들이 자녀들 시력을 검사할 때 이 쌍별을 보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원주민들은 밝은 미잘을 엄마(squaw), 희미한 알콜을 아기(papoose)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집니다.

미잘과 알콜은 달이 없고, 맑고, 추운 날 밤에 볼 수 있습니다. 알콜은 밝기가 4등성이며, 2등성인 미잘로부터 0.7광년 거리에 있는 조금 희미한 별입니다. 두 개의 별에서 온 빛이 지구까지 오려면 80년은 걸립니다. 이 쌍별은 0.2도(12분) 각도 정도 떨어져서 보입니다. 팔을 쭉 핀 상태에서 새끼손가락을 하늘로 올리면 그 길이가 1도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시력을 검사했던 기록은 964년 유명한 아랍 천문학자인 알수피(al-sufi)의 ‘48 별자리의 기술(description of the 48 constellations)'이라는 책에 나와 있습니다.

그는 하늘에 보이는 48개의 별자리를 하나의 동물에 그려 넣었습니다. 그곳에는 ‘나는 그에게 알수하(al-suha=alcor)를 보여주었더니, 그는 내게 달을 보여주었다.’라는 경구가 나옵니다.

아마도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라는 의미와 비슷합니다. ‘수하’는 희미하다는 뜻으로 동물 꼬리 중간에 있는 별들 중 바깥 것을 지칭합니다.

글자를 이용한 시력표기는 1800년대 독일 의사인 스넬른(herman snellen)에 의해서 고안되었습니다. 스넬른 시력표기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방법입니다.스넬른 e 시력표에서 e는 20피트에서 5분 간격 크기의 글자이며, 각 획은 1분 간격 크기로 되어 있습니다. 1분이 사용된 이유는 1674년 현미경을 발명한 로버트 후크(robert hooke)가 사람 눈의 해상력의 한계가 1분 간격이라는 것에 기초한 것입니다. 20피트에서 1분 간격의 스넬른 e를 구분할 수 있으면 20/20 즉 1.0의 시력이 됩니다.

미잘과 알콜의 12분 간격을 구분한다는 것은 0.1(20/200)의 시력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의 시력은 ‘두 점을 구분할 수 있는 최소의 거리’라는 면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시력이 아닙니다. 그러나 시력은 밝기, 대비,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서로 다른 밝기의 두 별을 구분하는 것은 좋은 시력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넬른 시력표는 밝은 흰색 배경에 검은 색 글자이지만, 별은 검은 색 배경에 밝은 흰색을 구별하는 것인데, 후자가 구분하기 더 어렵습니다. 즉 서로 다른 빛의 밝기, 대기의 굴절, 햇빛의 오염, 망막에서 흩어지는 빛의 상, 어두운 곳에서 적응된 상태 등이 별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지요.

survey of ophthalmology라는 유명한 안과학술지의 편집자인 마모(miCHAel marmor) 박사는 실제로 이 쌍별을 구별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력이 필요한지 측정을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거의 1.0의 시력을 가진 사람들이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1.0의 시력을 가지고 있는 65세 이상에서는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들은 초기 백내장이 있거나 경도의 황반변성 등 가벼운 질병이 있는 경우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별을 구분하는 시력검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력표를 이용한 시력검사보다 실제적으로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과 고대에는 이것이 사냥이나 전쟁과 같은 생존 문제에 중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잘과 알콜을 구분하신 분은 여름 삼각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거문고자리의 쌍별(epsilon lyrae) 구별에 도전해 보세요. 이것은 1.5(20/15) 이상의 시력이 필요합니다.







1. moore p: norton & co. new york, w.w., astronomers’' stars, 1982. pp 22-9

2. cornelius g, devereus p: the secret language of the stars and planets-a visual key to the heavens. san francisco, ca, chronicle books, 1996. pp 1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