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47

작성일 2010-02-09 첨부파일


돔 페리농(dom perignon)은 정말 실명했을까? 2부

코르크 마개를 이용하여 발효로 일어나는 이산화탄소 거품을 병 속에 가두었던, 샴페인의 발명가 돔 페리농이 정말 실명을 했는지, 그리고 실명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은 안과의사로서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가 시력을 잃은 후 갖게된 섬세한 미각과 후각을 통해 샴페인을 발명하게 되었다는 전설은, 사람이 하나의 감각을 잃게 되면 다른 감각이 자동적으로 강해진다는 잘못된 상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일부는 틀린 이야기가 아니지만 시력소실이 자동적으로 다른 감각기능을 증강시키지는 않습니다. 고양이가 새끼였을 때 실명을 하면 청각 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은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후천적인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들이 후각이나 미각기능이 좋아진다고 하는 점에는 과학적 증거가 없습니다. 대신 시력소실이 있는 경우에 촉각이나 청각에 의존해야 하므로 이런 감각들이 좋아질 수는 있겠지요. 그러므로 수년간 돔 페리농이 거품 포도주를 만드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 보면 그의 미각과 후각은 시력소실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연습과 경험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돔 페리농이 정말 실명했다면, 어린 시절에 일어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가 학교에서 히브리어, 그리스어, 신학 그리고 다양한 학문을 배운 것을 보면 그의 시력이 나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15세 시각장애 학생인 루이스 브레일(louis braille)이 시각장애인도 글을 읽을 수 있는 특수한 장치를 발명한 것은 돔 페리농이 사망한 지 100년 후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했던 일을 자세히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은 그가 실명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샴페인을 완성하기 위해서 정확히 측정하고, 무게를 달고, 여러 과학적 단계를 밟아야 하는 일이므로 그가 샴페인을 완성했을 때 이미 실명상태였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병 속에 거품을 간직하기 위해 돔 페리농은 병을 코르크로 막고 다시 코르크를 쇠줄로 묶었는데, 이것은 실명한 사람이 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돔 페리농이 쓴 편지의 글자체를 보면 시력을 소실한 사람이 썼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가 샴페인을 완성했을 때 남긴 말 ‘빨리 와, 내가 별들을 맛보고 있어!(come auickly, i am tasting stars!)’라고 하며 특별히 ‘별들’을 언급한 것을 보면 그가 별들을 볼 수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그는 샴페인을 완성했을 때 실명상태가 아니었으며, 혹시 그가 실명을 했더라도 노년에 왔을 것입니다.

만약 그가 실명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중년 이후에 실명을 일으키는 질병들입니다. 여기에는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색소변성, 다발성경화증, 망막박리 등이 있습니다. 17세기 유럽에 흔한 실명의 원인으로 요즘에는 치료가 가능한 감염, 백내장, 녹내장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심한 근시나 난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심한 근시나 난시가 있는 눈이 안경을 쓰지 않으면 실명과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법률가였고, 그에게 어릴 때부터 책을 보도록 교육했다면 근시가 유발될 수도 있으며, 심한 고도근시는 실명의 원인이 되는 망막박리의 위험인자입니다.

그러나 수도사였던 베이콘(roger bacon)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일을 했던 1247년-1257년에 그의 책(opus magnus)에서 이미 안경의 원리를 기술하였고, 1317년 이탈리아 프로렌스의 산타마리아 마기오르(santa maria maggiore) 교회의 비석에 ‘안경을 발명한 살비노 달마토(salvino d'armato) 여기에 잠들다’는 글이 있으며, 1385-1400년에 쓰인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와 1599년에 초연된 세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에 안경이야기가 나오고, 15세기 중반 벨기에 안트워프(antwerp)에 광학길드가 형성된 것을 보면 돔 페리농 시대에 안경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알코올 독성입니다. 그가 수년간 샴페인 실험을 위해 포도주를 마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망막출혈(purtscher's retinopathy)를 일으키는 급성 췌장염이나 당뇨병과 당뇨망막병증을 유발하는 만성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음식 대신에 포도주를 마셨다면 비타민 부족이나 영양결핍으로 오는 시력소실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포도주를 강화시키는 실험 중 메탄올에 오염된 증류 알코올을 사용했다면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이 소실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상입니다. 거품을 병에 담는 실험 중 코르크가 터져 나와 눈에 맞을 수 있는데 이것은 망막박리, 백내장, 수정체 탈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포도주 병 평방 인치당 90 파운드의 무게가 걸리므로 코르크는 비비탄의 6배나 강한 충격을 줍니다. 또한 프랑스 포도주 병은 그리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병이 폭발하면서 양안 안구가 파열되는 심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취했을 때 넘어져서 뇌를 부딪히면, 뇌 피질 손상으로 인한 피질맹이 올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돔 페리농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시력이 소실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말 그가 알려진 대로 샴페인을 발명했을 때 실명을 했냐는 것이지요. 문헌에는 돔 페리농 시대 이전에 이미 거품 포도주가 있었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시력 소실이 미각과 후각기능을 강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는 과학적으로 실험했고, 꼼꼼히 기록을 남겼으므로 그가 샴페인을 완성했을 때에는 실명상태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가 인생 후반에 실명을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도 돔 페리농의 실명에 대한 전설은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돔 페리농의 실명과 관련되었을 원인들을 생각해 보면 포도주나 샴페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눈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참고: bullock jd, survey of ophthalmology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