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51

작성일 2010-04-13 첨부파일


방수(aqueous humor) 순환의 비밀

아주 오랜 옛날, 그 누군가는 동물의 눈을 잘라서 그 속에 본 적이 있을 것이고, 그 속에는 물 같은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서서히 퍼져서 물컹한 눈 속에는 물 같은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이 상식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누군가의 첫 번째 관찰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눈 속의 물 이야기는 기원 전 400년 경,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투스(democritus, 460-370 bc)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물론 첫 번째 관찰자가 아니었지만 눈은 두 개의 껍질로 이루어졌으며, 색소가 있는 안쪽 껍질 속에는 물이 차 있다고 말입니다.

당시 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00년 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 bc)는 물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눈 속에 있는 물은 눈 속에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눈 속에 있는 물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는 그렇게 말 했습니다. 눈에서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그의 선언은 수백 년간 큰 두려움이 되었습니다.

이 물이 계란 흰자처럼 끈적거리고, 유리처럼 투명하므로 유리체(hyaloides)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무려 400년 후, 그리스의 철학자 켈수스(celsus, 53 bc - 7 ad)에 의해서였습니다.

눈 속의 물이 눈 바깥으로 빠져나와 눈물이 된다고 생각했던 그리스의 의사 루푸스(rufus of ephesus, 98-117)는 눈 속에 앞방(vvd)과 뒷방(vva)이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로마시대의 의사 갈렌(galen, 131-201)은 두 방에 서로 다른 물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무려 1500년 가까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해부학자 코이터(volcher coiter, 1534-1576)는 앞방에 있는 물(방수, aqueous humor)은 스스로 만들어져 채워지는 것 같다는 특별한 생각을 했습니다.

12년 후 길레모(parisian jacques guillemeau, 1560-1613)는 외상으로 눈이 터진 환자에서 뒷방의 물(유리체)이 빠져나와도 앞방의 물(방수)은 유지가 되는 것을 관찰하여 그 생각을 뒷받침 하였습니다.

밀라노의 벌허스(franciscus josephus burrhus, 1627-1695)는 찌그러진 비둘기의 눈 속에 물을 주사하여 눈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메이저(johann daniel major, 1634-1693)는 찌그러진 동물의 눈이 주사 없이도 회복될 수 있음을 관찰하여 방수가 눈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뒷받침하였습니다.

물이 눈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과 새로 생기는 것이 맞는다면 눈 속 어딘가에서 물이 만들어지는 곳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은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에 의해서였습니다.

이 후 누크(anton nuck, 1650-1692)는 라이덴(leiden) 극장에서 개의 각막(검은자)에 작은 구멍을 뚫고 물을 빼낸 후 저절로 방수가 다시 채워지는 것을 공개적으로 증명한 후 눈에는 방수를 만드는 혈관(b)과 내보내는 혈관(c)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호비우스(jacob hovius, 1678-1740)는 개의 눈에 색소를 주사하여 혈관이 아니라 임파관이 있음을 관찰하였으며, 눈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양은 분당 130mm3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18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있었으나 별로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 의사 헤르만 부르하버(hermann boerhaave, 1668-1738)는 눈에서 나가는 작은 정맥을 분명히 보았으며,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동시대 프랑스 의사 매틀 장(antonie maitre-jan, 1650-1725)은 앞방의 방수는 빠져나간 만큼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진다는 순환설을 생각했습니다.

파리 의사 새인트-이브(CHArles saint-yves, 1667-1733), 쁘띠(francois pourfour du petit, 1664-1741), 그리고 장 메리(jean mery, 1645-1722)는 눈 조직을 차례로 벗기는 실험으로 방수가 홍채 뒤쪽에서 동공을 통해 앞방으로 나간 후 바깥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1850년 검안경의 발견 이후 안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레버(theodor leber, 1840-1917)는 검은 인디안 잉크를 눈 속으로 주사한 후 관찰하였는데(그림에서 검은 부분), 이 색소가 쉴렘관(schlemm's canal, cs)이라는 작은 관을 통해 상공막(눈 바깥 껍질) 정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당시 이것의 진의여부를 증명하는 것은 전 세계의 안과의사들의 연구과제였으며, 세계적인 안과 교과서의 집필자 듀크-엘더(DUKE-elder, 1898-1978)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주사하여 관찰한 결과 레버의 관찰은 틀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프리덴발트(jonas friedenwald, 1897-1955)는 방수가 혈액을 반투과막으로 걸러낸 것과 유사한 성분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혈관에서 반투과막을 통해 방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992년, 아그레(peter agre, 1949- )는 아쿠아포린(aquaporin)이란 물질을 발견하였는데, 이것은 다른 이온이나 용질은 투과 시키지 않은 채 물만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세포막 단백질입니다.

아쿠아포린의 발견을 통해 방수는 섬모체(ciliary body)의 모세혈관에서 나온 혈액이 상피세포에서 아쿠아포린의 반투과작용으로 걸러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공로로 아그레는 200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즉 방수는 심장에서 온 피가 아쿠아포린에 의해 걸러져 눈 속에 들어온 것이며, 이것은 다시 쉴렘관을 통해 상공막정맥으로 빠져나가 심장으로 다시 들어가는 순환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