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2 -52

작성일 2010-04-20 첨부파일


 
 
유리체 분석으로 사망시간 알아내기

 
사후경과시간(pmi, post mortem interval)을 아는 것은 사인을 규명하고, 사망시간을 추정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후경과시간 추정방법은 시체 현상, 직장내 온도, 위장 내용물, 곤충에 의한 추정 등이 있으며, 그 외에 화학적, 물리학적, 조직학적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서북부에 위치한 싼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university of santiago de compostela) 연구팀은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유리체(vitreous) 분석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유리체는 눈 속에 채워져 있는 젤 성분의 투명한 물을 말합니다. 
 

참고로 사망의 징후로 사용되고 있는 몇 가지 초기 단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체냉각(cooling of the body, algor mortis): 직장 내 온도가 사후 10시간 이내에 매 시간 약 1.0℃씩, 그 후에는 매 시간 약 0.5-0.25℃씩 하강됩니다. 24시간 경 체온은 주위 온도와 거의 같아집니다.
 
사망 후 체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도 있는데, 파상풍, 경련독의 중독, 뇌와 척수상부의 손상이 그러합니다.
 
2) 시체건조(drying of the body): 사후 수분의 보급이 정지되어 표피박탈, 화상, 기타 외상이 있었던 부분은 특히 건조가 빠르고 담갈색으로 보여서 다른 주위 조직과 쉽게 구별됩니다.
각막은 대체로 사후 12시간 전후부터 점차 혼탁해져서 48시간 전후에 불투명해집니다.
 
3) 혈액침추 및 시반(hypostasis and postmortem lividity, livor mortis): 사후 혈액순환이 정지되면 혈액이 자체중량에 의해 점차 시체의 밑바닥 부위 혈관에 보이는 현상입니다. 피부에 나타나는 경우를 시반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작은 점상 반점이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서로 융합하여 넓은 반점으로 변합니다.
 
4) 시체경직 및 사강(postmortem rigidity, rigor mortis): 근육단백이 응고하여 근육섬유가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후기의 시체 변화는 주로 화학적 분해의 과정인 부패(putrefaction)로 부패균에 의해서 일어나는 질소화합물의 분해를 말합니다. 시체의 혈액은 사후 6시간 까지는 무균상태이며, 그 후 세균에 오염됩니다. 부패는 공기 중에서 가장 빠르고, 물속이나 흙속에서는 늦습니다. 
 

이러한 단서들을 종합해 보면 시체가 아직 경직되지 않았으면 사후 6시간 이내, 직장내 온도가 주위의 온도와 비슷하게 떨어졌으면 12시간 경과, 눈의 각막(검은자)이 혼탁해져 있으나 동공이 투명하면 사후 24시간 경과, 각막이 불투명해져 있고 하지 경직이 풀렸으면 48시간 경과 등입니다.

사망 후 눈에 일어나는 변화는 대개 초기에 이루어집니다. 눈에 불을 비출 때 각막(검은자) 중심에서 반짝거리는 각막반사가 사망 후 사라집니다. 각막은 사망 후 12시간 까지는 맑게 유지가 되지만 그 이후에는 서서히 혼탁해집니다.
 
24시간이 경과하면 각막의 혼탁은 진행이 되지만 아직 동공은 깨끗하게 보이며, 48시간이 경과하면 전체가 뿌옇게 변합니다. 동공은 대개 커져있고, 빛에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망 후 수 시간까지 아트로핀을 점안하면 반응을 합니다. 망막에서는 망막혈관 내의 혈액들이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모습을 보입니다.(cattle-truck appearance) 또한 안구가 탄력성을 잃어서 흐물흐물해지고, 유리체의 칼륨이 증가합니다. 그 외에 홍채의 색깔이 변하는데, 파란 홍채는 48시간이 경과하면 검갈색으로 변합니다. 
 

싼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학 연구팀은 시체의 눈 속에 있는 유리체에서 칼륨(k), 요소(urea), 하이포산틴(hypoxanthin, dna 대사물질)의 농도를 재서 사후 시간을 추정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저널(jouRNAl statistics in medicine, 2008)에 발표된 이 내용에 따르면 약 200명의 시체에서 측정한 세 가지 성분의 사후 농도변화는 거의 직선적인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사후경과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칼륨은 매우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칼륨은 세포 내에 존재합니다. 그 농도는 na-k 펌프에 의해 유지가 되고 있지요.
 
그런데 사망 후 이 펌프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세포 내에 있던 칼륨이 세포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세포 바깥 공간 중 하나인 눈 속의 유리체에 칼륨의 농도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지요.
 
정상 눈에서 유리체 내 칼륨의 농도는 3.5mmol/l인데, 사망 후 48시간까지 한 시간에 0.15mmol/l 만큼 증가하게 됩니다. 이에 비해 유리체 내의 나트륨과 염소의 농도는 사망 후에도 비교적 변화가 없습니다. 즉 눈 속 유리체의 칼륨 농도를 통해 48시간 이내 사망 시간을 분단위로 매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