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91

작성일 2006-11-03 첨부파일


홈런에 대한 고찰


▲ 이성진 교수
이번 wbc(world baseball classic) 대회는 홈런으로 볼 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일본 팀의 왕정치(오사다하루) 감독은 통산 868호 홈런을 기록한 분입니다. 행크 아론(hank aaron)의 통산 755호 홈런보다도 많은 기록이지만 아시아의 기록일 뿐이라고 무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끈 팀은 우승을 하였습니다. 현재 368호 홈런을 치고 있고, 2003년 56개의 홈런으로 왕정치의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을 갱신했던 30세의 이승엽 선수는 이 대회에서 최다홈런을 거머쥐었으며, 왕정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 팀을 두 번이나 이기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37세로 536호 홈런을 기록 중인 미국의 켄 그리피 주니어(george kenneth griffey)도 이번 대회에서 올스타가 되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행크 아론(hank aaron)을 기억할 것입니다. 1974년 4월 8일 저녁 9시 7분, 미국 아틀란타 구장이었습니다. 타석에는 매년 평균 3할5리의 타율과 100타점, 43개의 홈런을 기록하던 행크 아론이 들어섰지요. 다저스 팀의 왼손 투수인 알 다우닝(al downing)이 강속구를 던졌고, 그 공은 행크 아론의 방망이에 의해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이것은 그의 715호 홈런으로 1935년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714호 홈런 기록을 깨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아프리카계의 선수라고 놀림과 무시를 당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야구를 해 왔던 그의 모습은 높이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현역선수로 작년까지 708개의 홈런을 친 배리 본즈(barry bonds, 42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있는데 이 기록을 깨기 위해서 올해 48개의 홈런을 쳐야 합니다. 올해는 배리 본즈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어쨌든 행크 아론의 통산 755 홈런은 피트 로즈(pete rose)의 4,256 안타, 사이 영(cy young)의 511승, 놀란 라이언(nolan ryan)의 5,714 탈삼진 등과 함께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는 불멸의 기록임이 분명합니다.


조지아 대학의 수학교수인 칼 포머런스(carl pomerance)는 그 홈런을 보면서 남들과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714와 715에 어떤 의미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두 수를 곱하면 첫 일곱 개의 소수(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뉘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를 곱한 것과 같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714 x 715 = 2 x 3 x 5 x 7 x 11 x 13 x 17

그런데 포머런스의 동료가 가르치던 학생이 714와 715의 흥미로운 속성을 발견해냈습니다. 각각 분해한 소수를 더했더니 그 크기가 같다는 점 말입니다.

714 = 2 x 3 x 7 x 17
715 = 5 x 11 x 13
2 + 3 + 7 + 17 = 5 + 11 + 13

포머런스는 이러한 성질을 가지는 연속적인 정수의 짝을 두 야구선수의 이름을 따서 루스-아론 짝(ruth-aaron pairs)라고 불렀습니다. 포머런스는 20,000 이하의 숫자들을 모두 검색한 결과 겨우 26개의 루스-아론 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지요. 가장 간단한 짝은 5와 6이고 가장 높은 짝은 18,490과 18,491이었습니다. 이것을 오락수학 저널(jouRNAl of recreational mathematics)에 투고했습니다. 이 짝들은 수가 커질수록 출현 빈도는 작지만, 무한히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으나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물리학자들은 홈런을 보며 방망이로 공을 맞혔을 때 공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스윗 스팟’(sweet spot)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모든 물체는 다른 물체와 부딪혔을 때 진동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방망이가 공을 만났을 때 적어도 두 종류의 파장이 만들어지는데 이들 진동의 마디가 모여 있게 되는 점이 바로 ‘스윗 스팟’입니다. 이 부분에는 진동이 ‘0’인 상태가 맞물려있어 공이 맞을 경우 공은 방망이의 떨림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투수로부터 전해진 에너지를 고스란히 실은 채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호주 시드니대학의 크로스(r. cross) 교수는 진동관측장비(ossilloscope)에 방망이를 연결한 뒤 두드리는 위치를 다르게 하면서 방망이의 움직임을 세밀히 관측한 결과 방망이 끝에서 약 17㎝ 지점에서 진동이 최소가 되므로 이곳이 ‘스윗 스팟’이라고 했습니다.(미국 물리학 저널 1998년 9월호)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네이던(a. m. nathan) 물리학 교수는 야구공이 방망이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수식을 통해 이론적으로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길이 84㎝의 방망이에서 손잡이로부터 72㎝ 지점, 즉 방망이 끝에서 12㎝ 지점에 스위트 스폿이 있음을 알아냈지요.(미국 물리학 저널 2000년 11월)
야구공을 칠 때 방망이와 공이 붙어있는 시간은 약 0.0005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방망이는 여러 번 진동하면서 진동 상태에 따라 공의 날아가는 거리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스윗 스팟’에 공이 맞을 경우 파동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타자의 손에도 충격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흔히 ‘맞는 순간 홈런인 줄 알았다’고 하는 것은 이 무충격 상태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망막의사의 관점은 바로 공을 보는 눈입니다. 시속 153km의 강속구가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0.4초이며, 타자가 스윙을 할지 판단하는 시간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공의 구질과 스트라이크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에 대한 두뇌의 판단능력을 강화해 투구를 식별하는 시력을 키워야 합니다.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몸의 여러 근육을 단련시켜야 하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눈과 손의 조화'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미국의 많은 야구선수들이 ‘공을 보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특별한 훈련을 시행합니다. 그 중 하나가 테니스 연습기처럼 생긴 기계에서 시속 150-220km로 나오는 공의 숫자를 읽는 것입니다. 안구 강화기(ocular enhancer)라고 불리는 이 기계는 시카고의 한 의사가 어린아이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망막의 원뿔세포(cone cell)도 훈련을 통해 대뇌와의 연결기능이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입체안경을 쓰고 실제 투수의 구질대로 날아오는 레이저 광선을 향해 배트를 휘두르는 것도 있습니다. 낮은 속도(150km)에서 높은 속도(220km)로 훈련을 받고 나면 처음에 시작했던 낮은 속도의 공이 느리고도 뚜렷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이처럼 홈런 속에는 어려움을 이겨낸 위대함이 있고, 불가능을 향한 도전이 있으며, 지식적인 위트가 있고, 정밀한 과학이 있으며, 생체 기능을 극대화하는 훈련이 있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도 홈런 타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숨어있음을 기억해야겠지요? 저는 오늘의 내용 중에서 세상을 색다른 즐거움으로 정겹게 만들었던 수학자 포머런스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군요. 또한 이승엽 선수가 오랫동안 선수활동을 계속하여 홈런 기록을 경신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우리나라 wbc 야구팀처럼 여러분들의 분야에서도 좋은 결실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