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02

작성일 2007-01-18 첨부파일


생명 연장의 꿈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애굽기 20장)


레벤후크에 의해 처음 발견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들은 세균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균들이 죽음을 불러오는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파스퇴르에 의해 밝혀지자 새로운 세상은 공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세균들이 침범하면 보이는 대로 마구 잡아먹는 세포들이 우리의 몸속에 있습니다. 대식세포(macrophage)라는 이 세포는 우리 몸을 방어하고 청소하여 깨끗한 상태로 유지시켜줍니다. 이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생명 연장의 꿈을 꾸었던 유명한 러시아의 학자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 1845-1916)입니다. 그는 오히려 세균들을 역으로 이용하여 생명연장의 꿈을 꾸게 됩니다.

러시아 수비대 장교였던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치니코프는 자신의 고향인 하리코프(kharkoff) 대학을 나온 후 독일의 기센(giessen)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 후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해산동물 발생학을 연구하였고, 25세에 러시아 오데사(odessa) 대학의 비교해부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그에게는 사랑하는 부인(ludmilla)이 있었습니다. 3년 전 결핵으로 쇠약해진 연인을 휠체어에 태워 결혼식을 올린 후 5년간 마음을 다해 간병하였지요. 그러나 결국 부인은 결핵균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픔에 괴로워하던 그는 과량의 아편을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하였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회복되었고, 슬픔이 사라질 무렵 30세에 두 번째 부인(olga)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5년 후 그녀도 심한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었고, 그는 좌익교수로 낙인이 찍히게 되자, 또 한 번 좌절에 못 이겨 자살할 결심을 하고 장티푸스균을 자신에게 주사하였습니다. 두 부부는 장티푸스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하였는데 다행하게도 회복되었고, 2년 후 괴로운 추억의 오데사를 떠나 이탈리아로 갔습니다.

38세(1883)에 그는 시실리 섬에서 투명한 불가사리 유충(사진)의 소화기관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유충에게 진홍색 물감(carmine dye)을 투여하였는데 어떤 정체불명의 세포들이 아메바처럼 움직이며 다가와 그 물감 입자를 에워싼 뒤 삼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이 세포들이 혹시 해로운 침입자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트리(tangerine tree)의 가시로 불가사리 유충의 몸을 찔러보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현미경으로 보니 가시의 주변에 혈관이 생겼고, 그곳에서 세포들이 나와 가시의 주변을 빽빽하게 에워싸고는 세균들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이 세포에게 그리스어로 ‘게걸스럽게 먹는 세포’라는 뜻의 대식세포(phagocyte)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하였습니다.

오데사 대학에서는 그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하여 광견병 치료를 위한 연구소장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아니므로 사람의 병을 연구할 수 없다는 주위의 반대를 받자 43세(1888)에 슬픔의 오데사를 영원히 떠납니다. 그는 당시 광견병 치료로 유명해진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를 찾아갔으며, 대식세포는 인간과 대부분의 동물에서 몸 안에 침입한 세균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제1방어선을 형성한다는 내용이 이곳에서 증명되었습니다. 자신과 부인이 장티프스에서 회복된 것도 대식세포 때문이라고 믿게 되었지요.

그는 몸을 방어하는 것은 이와 같은 세포들의 역동적인 작용에 의해서라는 ‘세포 면역설’을 주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새 이론은 즉각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이론은 세포병리학의 토대를 닦은 당대 최고의 학자 피르호(rudolf virchow, 1821-1902, 독일) 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파스퇴르와 함께 세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던 코흐(robert koch, 1843-1910, 독일) 진영에서는 매독치료제(salvarsan 606)를 개발하여 유명해진 에를리히(paul ehrlich, 1854-1915)를 중심으로 면역은 일종의 화학반응이라는 ‘액체 면역설’을 들고 나와 대항하였습니다. 그들의 면역이론은 서로 대치되는 것이었지만 전염병이 휩쓸던 당시 전염병을 이길 수 있다는 놀라운 희망을 주었습니다. 메치니코프는 식세포를 발견한 공로로 63세(1908)에 에를리히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됩니다.


파스퇴르의 뒤를 이은 메치니코프는 이제 파스퇴르 연구소장이 되어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에게 무엇보다 큰 삶의 기쁨이 되었지요. 슬픈 세상과 이별하기 위해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고국을 떠났던 그는 이즈음부터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노화에 따른 죽음의 원인이 동맥경화라는 새로운 학설이 힘을 얻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는 불가리아의 장수촌에서 힌트를 얻어 그들이 즐겨 마신다는 요구르트의 유산균 연구에 몰두하였지요. 요구르트의 유산균이 나쁜 장내세균을 제거하여 동맥경화를 예방한다는 그럴 듯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두려워하는 세균을 오히려 이용하여 유해한 세균을 물리친 최초의 학자입니다.

이 때의 논문을 보면 ‘인간의 본성’(the nature of man, 1904)이나 ‘생명의 연장’(the prolongation of human life)과 같은 조금 특별한 것들이 있습니다. 불가리아 유산균(lactobacillus bulgaris) 요구르트를 마셨다는 그는 당시 장수에 해당하는 72세(1916)를 살았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2년 후(1938)에 첫 노화학회(congress of aging)가 구소련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에서 열렸고, 노인연구소도 설립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945년에 노인학회(gerontology society)가 만들어졌고, 1974년에는 국립노인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ging)가 세워졌습니다.

2005년에 서울대 강사욱 교수팀은 김치에서 추출한 유산균(leuconostoc kimchii) 배양액이 조류독감에 걸린 닭을 치료하는데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것은 유산균이 세균 뿐 아니라 바이러스성 질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2006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의 평균 변비율(12%)보다 많은 17%라는 보고가 있군요. 유산균이 많은 김치와 된장을 먹는데 어떻게 변비가 많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과도한 스트레스나 불규칙적인 수면 같은 것들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무병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들이 많고, 유산균이 많은 김치와 된장이 있을 뿐 아니라, 경제도 나아지면서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