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16

작성일 2007-05-14 첨부파일


담배는 실명을 유발할 것인가?


‘국제질병분류표에 실린 5천여 개의 질환 중에 흡연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하녀무릎병(걸레질을 자주하는 하녀의 무릎에 생기는 관절낭염) 밖에 없다’ (의학속담)


‘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라는 사실 외에 담배를 끊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흡연을 하게 되면 ‘노년에 실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담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전 세계의 인구 5명 중 1명인 약 11억 명이 즐기고 있는 기호품이 되었으니까요. 남자 중에는 48%, 여자 중에는 12%가 흡연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담배에 상당히 너그럽습니다. 1996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남자의 흡연율이 68%로 미국 28%, 독일 37%에 비해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억 명의 흡연자 중에 5억 명 이상이 담배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실제로 매년 350만 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폐암, 식도암, 기관지암, 심장병 등 25개의 중병은 흡연이 직접적으로 관여합니다. 문제는 그 중에 어린이도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하는 점입니다. 담배 한 개비를 피면 수명이 7분 단축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10대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정상인보다 22년의 수명이 단축된다고 하는 통계에 의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사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흡연자가 금연을 하는 것이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매해 16만 명 이상이 폐암으로 사망합니다. 폐암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의 1/3을 차지하는 가장 많은 원인입니다. 폐암은 그 다음 세 가지 원인인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을 합친 것 보다 많으며, 매일 점보제트기가 추락 사고를 일으켰을 때의 사망률보다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만 명 가까이 됩니다. 폐암이 걸리면 5년 생존율이 15% 정도입니다. 대장암 60%, 유방암 85%, 전립선암 95%에 비교하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1960년대의 5년 생존율이 8%였던 것에 비하면 치료방법은 거북이걸음을 한 것입니다. 환자의 60%가 진단 받은 지 1년 이내에 사망하며, 85%가 5개월 이내에 사망합니다. 담배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며, 담배를 완전히 포기하면 폐암의 90%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20년 이상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게 되면 담배와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50%가 됩니다. 그러나 10년을 금연하게 되면 사망률은 반으로 줄게 됩니다.

문제는 담배회사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담배가 마약(drug)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일 2000명의 사람들이 담배를 끊습니다. 미국 50개 주정부에는 2,000억불의 담배관련 배상금이 기다리고 있으며,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승소할지 모릅니다. 담배회사는 이러한 수십억 불의 손실을 메울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어야 하므로, 담배의 유해함에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제3세계 시장을 장악하려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담배회사는 2002년부터 매년 10조 이상을 담배광고비로 사용하였습니다.

2005년 국가 1년 예산 200조원 중에서 5조원을 담배세에서 조달했던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서도 금년(2006년) 10월 발표한 ‘국민 암 예방 수칙’에서 ‘담배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를 으뜸으로 내세운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그만큼 담배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대한 담배의 나쁜 영향은 예전에도 잠깐 알려진 적이 있었습니다. 흡연하는 산모의 아가들은 실명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 말입니다. 임신 중에 흡연을 하게 되면 아기가 뇌막염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아지며, 뇌막염에 걸린 아기들은 각막염(검은자의 염증) 더 잘 걸리게 되어 실명할 수 있다는 것과, 임신 중에 흡연을 하게 되면 미숙아나 저체중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두 가지는 미숙아망막증(retinopathy of prematurity)이라고 하는 실명의 위험이 높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담배가 아가들 뿐 만이 아니라 어르신의 눈을 실명시키는데 일조를 한다고 하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55세 이상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은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md, 연령관련황반변성)입니다. 과연 황반변성도 담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황반변성의 가장 강력한 후천적 원인으로 담배를 의심해왔으나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금년(2006년) 1월 영국안과잡지(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실린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 유전학 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흡연은 황반변성에 걸릴 위험을 2-3배가량 높인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435명의 말기 황반변성 환자들과 280명의 정상인들을 비교한 결과 실명의 위험성은 담배를 피웠던 기간과 양에 비례하였고, 간접흡연자들도 상당히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던 것입니다.

담배가 과연 눈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담배 속에 있는 암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유해한 물질들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담배 속에 있는 유해한 성분들이 혈관 벽에 끼게 되면 혈관이 손상될 뿐 아니라 직경이 좁아집니다. 게다가 니코틴(nicotine)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며,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산소를 부족하게 만듭니다. 즉 담배는 혈관을 직접 손상시킬 뿐 아니라 혈관을 수축시키며 산소부족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요인들이 망막과 혈관층 사이에 기름찌꺼기(드루젠, drusen)가 끼어 그렇지 않아도 산소공급이 부족한 어르신들의 망막 상태를 더 악화시키게 되고, 결국 망막을 파괴시키는 새로운 혈관들을 만들어 내는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 하나의 설명입니다.

유럽 황반변성 동맹(amd alliance europe)은 2006 세계 금연일(5월 31일)에 맞추어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brussels)에서 담배가 폐암 뿐 아니라 황반변성으로 인한 실명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금연은 생명을 보호할 뿐 아니라 실명을 예방하는 길’이란 사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아직은 유럽에 국한된 작은 등불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그 등불을 평상 아래에 두지 말고 등경 위에 두어서 세계의 모든 사람을 비출 수 있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