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17

작성일 2007-05-23 첨부파일


부드러운 드루젠의 두 갈래 길


나이관련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md)의 원인은 망막(retina)에 있는 망막색소상피(retinal pigment epithelium, rpe) 속이나 바깥에 싸이는 기름 찌꺼기(drusen, 드루젠) 때문입니다. 망막색소상피란 태양광선을 받아 전기에너지를 일으키는 시세포(photoreceptor cell, 빛수용세포, 막대세포(rod cell)와 원뿔세포(cone cell)를 말합니다.) 속의 광디스크가 한 번 사용된 후 폐기처분되는 장소입니다. 50세 이전까지 망막색소상피의 기능은 대부분 완벽하여 찌꺼기를 남기지 않고 완전 연소시킬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유전, 노화, 자외선, 담배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그 기능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미세한 찌꺼기들이 쌓이게 된다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 찌꺼기들 중에서 직경이 63μm 보다 작은 드루젠(hard drusen, 경성 드루젠)은 모든 연령층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황반변성과 관련이 없으며, 그 이상 되는 큰 드루젠(soft drusen, 연성 드루젠)은 노년에 나타나고, 황반변성과 관련이 있으며, 시력의 소실을 유발할 수 있는 맥락막신생혈관(choroidal new vessel, cnv)의 발생을 높인다고 합니다. 여기서 맥락막(choroid)이란 망막의 아래에서 망막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주는 얇은 혈관막을 말하며, 신생혈관이란 망막과 맥락막 사이에 끼어있는 찌꺼기로 인해 망막의 혈액공급이 차단될 때 망막을 살리기 위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아빠. 그런데요. 찌꺼기의 기준이 왜 63μm 에요?”
질문의 요지는 왜 60나 65와 같은 똑 부러지는 숫자가 아니고 63이라는 조금 어정쩡한 숫자냐는 것이겠지요? 눈을 연구하는 안과학이란 학문은 좁고 깊은 우물과 같아서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안과 전공의 1년차 시절에 놀랐던 것은 내과를 대표하는 해리슨(harrison)이란 영문교과서 보다 더 많은 분량의 두꺼운 5권짜리 안과학 영문교과서가 있다는 사실과 두께가 100μm 정도 밖에 안 되는 얇은 망막에 대한 교과서(ryan)가 두꺼운 3권짜리 해리슨 분량이었으며, 그 중에 직경 6mm의 황반부(macula)만을 다룬 책이 또 그 만한 분량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내과의 방대한 지식과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다루는 부분의 크기와 비교한다면 실로 엄청난 양입니다. 그것은 2.5cm 정도 밖에 안 되는 우물과 같은 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마치 땅이 모자라서 63빌딩과 같은 고층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듯이 과학자들은 작은 우물을 파고 또 팠을 것이니까요.

“그건 말이지, 시신경유두(optic disc) 근처의 혈관과 비교한 것이란다. 그 혈관의 직경이 125μm이니까 그것의 반이 62.5μm일 것이고, 반올림하니까 63μm가 된 거지. 학자들이 혹시 모든 연령층의 망막에서 발견되는 노란 찌꺼기들이 모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인지 궁금해 하다가 63μm를 기준으로 작은 것과 큰 것을 비교했더니 작은 것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란다.”
“그럼 63μm 보다 큰 것은 모두 문제를 일으키나요?”



젊은 때에 생긴 작은 드루젠에 비하여 노년에 생긴 드루젠은 63μm 이상으로 크고, 경계면도 불분명한 부드러운 드루젠(soft drusen, 연성 드루젠)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드루젠 위의 망막색소상피들이 죽어가면서 그 속에 있던 찌꺼기들이 남아 서로 합쳐지고, 점점 커지게 됩니다. 부드러운 드루젠은 두 갈래 길을 걷게 되는데, 대부분이(90%) 가는 길은 망막색소상피가 위축되는 방향이며, 일부가(10%) 가는 길은 맥락막신생혈관이 생기는 방향입니다.

부드러운 드루젠의 대부분은(90%) 시간이 지날수록 석회화(calcification)가 되면서 위의 망막색소상피와 아래의 맥락막을 서서히 망가뜨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망막과 맥락막모세혈관이 모두 위축(atrophy)되어 맥락막의 큰 혈관이 표범의 줄무늬처럼 비쳐 보이는 작은 부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년 150μm 씩 확장됩니다. 위축된 부위가 지도모양으로 커져서 중심부위까지 퍼지게 되면(geographic atrophy, 지도모양 위축) 시력이 완전히 소실됩니다. 다행한 것은 지도모양의 위축까지 가는 경우는 5년에 0.3% 정도로 매우 드물고, 중심부를 처음부터 침범하지는 않으며, 또한 중심부를 침범하여 시력 소실을 일으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 위축성황반변성(atrophic or dry amd)은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소실의 10%를 차지합니다.

부드러운 드루젠의 일부는(10%) 맥락막신생혈관이 생기는 과정을 밟습니다.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은 위에서 설명 드린 대로 망막을 살리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하며, 드루젠에 의해 망막색소상피가 분리되는 중에 발생한 염증반응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것은 베제프(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입니다. 이 베제프는 당뇨망막병증에서 고혈당으로 인한 혈관손상이 발생했을 때 망막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냈던 바로 그 친구입니다.

문제는 두 질병 모두에서 신생혈관들은 매우 약하여 잘 터질 뿐 아니라 결국 망막을 파괴해 버린다는데 있습니다. 시간 지날수록 망막 아래에 물이나 피가 자주 고이게 되고, 결국은 그 부위의 망막색소상피와 시세포들이 파괴되어 버립니다. 이러한 삼출성황반변성(exudative or wet amd)은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소실의 90%를 차지합니다.
그러므로 황반변성 치료의 목적은 삼출성 황반변성의 맥락막신생혈관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1990년대에는 레이저광응고술(photocoagulation)을 시행하였고, 2000년도에 들어서 광역학요법(photodynamic therapy)을 시행하였으며, 최근에는 베제프 억제약물(anti-vegf drug)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