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20

작성일 2007-06-19 첨부파일


새벽별의 빛 루시페린(lucifern)


“나는 다윗의 뿌리요 자손이니 곧 광명한 새벽별이라" (요한계시록 22장)

중국의 역사상 12열국 중 하나인 동진(東晋)은 어느 나라보다 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시에서는 도연명(陶淵明-陶潛)이, 그림에서는 고개지(顧愷之)가, 글에서는 왕희지(王羲之)가 활약하였거든요. 이러한 진나라의 역사를 다룬 진서(晉書)에 보면 가난한 선비 차윤(車胤)과 손강(孫康)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차윤은 등불의 기름을 구하지 못하자 비단 주머니 속에 반딧불이(螢, 반디 형)를 넣어 책을 읽었으며, 손강은 하얀 눈(雪, 눈 설)을 비추어 책을 보았다고 합니다. 후에 차윤은 조정의 문서를 관리하는 상서랑(尙書郞)에 올랐고, 손강은 검찰총장에 해당되는 어사대부(御史大夫)가 되었습니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갖은 고생을 극복하고 부지런히 학문을 닦은 성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형창설안(螢窓雪案)’이라는 말이 있는데, 형창(반딧불 창)은 공부방을 말하며, 설안(눈 책상)은 공부하는 책상을 말합니다.

루시퍼(lucifer)는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장입니다. 그는 천사의 1/3을 부추겨서 신에게 대항하여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지혜롭고, 교만하였습니다. 전쟁에서 진 후 하늘에서 쫓겨나자 그 천사들을 데리고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는 지상에서 최초의 여인이었던 하와를 꼬이는데 성공한 후 인류의 역사를 선과 악의 투쟁의 장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히브리 원어에는 그를 가리켜 ‘사할의 아들 헬렐(helel son of shahar)’이라고 하였습니다. 헬렐은 ‘새벽의 신’이었던 사할의 아들로 그 당시 강대했던 바벨론의 ‘새벽별의 신’이었습니다. 히브리인들은 루시퍼를 교만한 바벨론왕에 빗대어 바벨론의 신과 연결시킨 것입니다. 루시퍼(lucifer)란 말은 405년에 제롬(jerome)이 라틴어로 완성한 벌게이트(vulgate) 성경에 처음 나오는데 이것은 그리스어의 헤오스포러스(eosphorus) 즉 ‘새벽을 가지고 온 자’(dawn-bringer)라는 말을 번역한 것입니다. 하늘의 불을 훔쳐 인류에게 준 벌로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먹혔다고 하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바로 헤오스포러스를 의미합니다.

현대성경 이사야서는 그를 ‘아침의 아들, 계명성(son of the morning, lucifer)’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로마의 점성술에서는 계명성은 ‘새벽별’ 금성(venus, mercury)을 가리킵니다. 루시퍼를 칭하던 ‘헬렐’은 단테(dante)의 신곡(the divine comedy)과 밀턴(john milton)의 ‘실낙원’(paradise lost)에서 지옥(hell)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구스타프 도어(gustave dore)는 ‘실낙원’의 삽화를 위해 루시퍼의 추락을 그렸습니다. 새벽별처럼 빛나던 그는 그렇게 어둠 속으로 추락해 버린 것입니다.


1647년에 덴마크의 물리학자인 발톨린(thomas bartholin)은 ‘동물의 빛(animal lights)'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그의 책은 200년 이상이나 관심을 갖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885년이 되어서 프랑스 물리학자 듀보아(raphael dubois)가 빛을 발하는 생물들은 어떤 발광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발광세포(photocyte)가 발광소(luciferin)를 분비하면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발광효소(루시퍼레이즈, luciferase)에 의하여 산화발광소(oxyluciferin)로 변하며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드디어 1960년에 존 홉킨스 연구소(john hopkins institute)의 맥엘로이(mcelroy)와 셀리거(seliger)가 이 발광소 결정을 분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생물의 발광소는 반딧불이(firefly)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외에 박테리아(bacteria)나 편모충(dinoflagellate)에서도 볼 수 있으며, 깊은 바다의 물고기에서 볼 수 있는 발굴린(vargulin)이나 해양발광충에서 보이는 코엘렌테라진(coelenterazine)도 이에 해당합니다.


지혜가 가만히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더니 질문을 하는군요.
“아빠, 좀 수상한데요. 혹시 반딧불이의 빛이 악마의 새벽별로부터 왔다고 하시려는 건 아니죠? 반딧불이의 얼굴도 좀 그렇고...”
“그건 아니란다. 발광소(luciferin)라는 말이 루시퍼(lucifer)로부터 온 단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지. 사실 발광소는 빛이 없는 곳에 사는 생물들에게 생명과 같은 것이란다. 어둠 속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악마의 빛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라면 너무 비참하지 않겠니?”


빛이 들어오지 않는 깊은 바다생물들 중 90%가 발광을 합니다. 대부분 그들은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해가 뜨면 수면으로 올라오고, 다시 해가 지면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수직 이동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동 중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들은 주로 바닷물 속에서 잘 퍼져나가는 청색과 녹색 파장의 빛을 발합니다. 그들의 발광포(photophore)는 몸의 배 쪽과 옆쪽에 있어서 바깥쪽과 아래쪽으로 빛을 방출하는데, 이 빛을 태양광선의 강도와 맞추면 아래쪽의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그림자를 숨길 수 있습니다. 발광은 이처럼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포식자에게 겁을 주거나 어두운 바다에서 길을 밝힐 목적으로 사용을 하며, 짝짓기에도 이용을 합니다.

땅에 있는 7만여 종의 곤충 중에서 100여 종이 발광을 하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천연기념물 322호인 반딧불이(firefly)입니다. 심해의 생물과 마찬가지로 야행성인 반딧불이에게도 발광은 대화, 사냥, 방어 및 짝짓기를 위한 생명의 도구입니다. 반딧불이의 아랫배에는 투명한 바깥 각질을 창문삼아 비교적 바깥층에 위치하고 있는 발광관(abdominal trachea)이 있습니다. 발광관은 외부로부터 산소를 공급하여 발광효소의 작용을 돕습니다. 발광소와 발광효소의 작용에서 나오는 에너지 중에서 98%가 빛을 발산하는데 이용되므로 차가운 빛(luminescence, 냉광)이라고 합니다.

백열등이 전기에너지의 90%를 열로 손해보고 10%만 빛으로 이용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대단히 효율적인 빛반응입니다. 심해의 생물과는 달리 육지의 곤충들은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습니다. 딱정벌레는(coleoptera)는 황녹색 빛을 내며, 그 유충(railroad worm)은 몸통에서 주황색, 머리에서는 붉은색 빛을 발합니다. 버섯파리(fungus gnat)는 청녹색을, 상투벌레(lantern fly, fulgora)는 흰색을 내며, 방아벌레(click beetle)는 여러 종류의 발광효소들이 있어서 서로 다른 색깔의 발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빛을 가지고 있는 진정한 밤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럼 아빠는 그 빛이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지혜야. 혹시 루시퍼 말고 또 다른 ‘새벽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니? 아빠는 어둠 속 생물의 발광소가 바로 그 ‘광명한 새벽별’로부터 왔을 것으로 믿는단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 또 다른 ‘광명한 새벽별’임을 믿는 제게는 반딧불이나 바다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의 미약한 빛이 천지창조의 첫째 날에 신께서 만드셨다는 그 빛과 전혀 다르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신께서 어둠속의 생물들을 기억하시고 그들에게 꺼지지 않는 그 아름다운 빛을 선물로 나누어 주신 것이라고 말입니다.


최근 발광소와 발광효소는 유전자공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암세포의 특성을 연구하는데 이용이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혈액세포를 조작하여 발광효소를 갖게 한 후 동물에게 주사하여 동물의 내부에서 발산되는 빛입자를 비침습적인 빛측정장치(luminometer)로 측정하여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암의 해부학적인 형태 뿐 아니라 생물학적인 변화단계를 볼 수 있게 합니다. 그 외에도 발광효소는 혈액은행에서 혈액세포가 깨지기 시작하는지를 감지하거나, 범죄수사에서 현장에 남아 있는 혈흔을 찾는데도 이용이 됩니다.

또한 어떤 질병이 있는 세포에서 빛을 발하도록 하는 연구나 세포의 에너지(atp) 레벨을 측정하는 연구에도 이용이 되고 있으며, 열에 민감한 성질을 이용하여 단백질의 변성이나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의 방어 능력을 검증하는데 이용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루시페린이 인간에게도 새벽별과 같은 희망이 될 날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