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21

작성일 2007-06-26 첨부파일


광명한 햇살


의인의 길은 돋는 햇살 같아서 크게 빛나 한낮의 광명에 이르거니와 (잠언 4장18절)


수면위상지연증후군(delayed sleep-phase syndrome, dsps)은 잠자는 시간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부분 규칙적으로 늦잠을 자는 편이며, 아침에 늦게 일어납니다. 학교에 가려면 알람시계가 여러 개 필요하거나 부모님이 깨워줘야 합니다. ‘몸은 한국에 있는데 몸속의 시계는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에 맞추어져 있군요.’

불면증(insomnia)과는 달리 잠자리에 누운 시간과 상관없이 거의 규칙적인 늦은 시간에 잠이 들고, 잠을 달콤하게 자며, 아침에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일어나서는 다시 늦게 잘 때까지 잠이 부족한 증상은 없습니다. 부족한 잠은 낮잠이나 주말에 잠으로 보충합니다. 그들의 기능은 저녁부터 밤중에 가장 창조적입니다.

이런 증후군은 10대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20대가 되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합니다. 대부분 치료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정상적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1981년 와이즈만(elliot d. weitzman)이 처음 언급한 이 증후군은 불면증 환자의 10명 중 한 명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500명 중 한명이 그렇다고 하며, 10대에서는 15명 중에 한 명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것은 유전적으로 hper3(human period 3)이라는 유전자(gene)의 이상이나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biorhythm)을 관여하는 멜라토닌(melatonin)이 부족할 경우에 올 수 있습니다. 이것을 불면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문제로 오인하여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도록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치료는 멜라토닌 계통의 약물이나 잠을 조절하는 모다피닐(modafinil)이란 약을 비타민과 함께 복용하고, 광선요법(phototherapy, photo=light)을 사용합니다. 광선요법이란 저녁에는 환한 조명을 피하고, 아침에는 매우 밝은 불을 한 시간 정도 켜 놓는 것을 말합니다. 밝은 햇살이 방안을 환히 비춘다면 더욱 좋습니다. 태양광선은 감은 눈꺼풀을 통해 눈으로 들어와서 망막을 통해 뇌로 들어간 후 솔방울샘(pineal gland)에서 멜라토닌을 분비하여 잠을 깨워줄 것입니다.

여드름(acne vulgaris)은 주로 10대들의 피부의 모낭 주위의 기름샘(sebaceous gland)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으로 20대가 지나면서 줄어듭니다. 기름샘에서는 과도하게 기름을 만들고, 여드름균(propionibacterium acnes)이 침공하며, 모공 주변의 피부세포들은 불완전하게 탈락을 하여 구멍을 막게 되어 피부 표면으로 튀어나온 염증이 생깁니다. 이것은 유전, 사춘기의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세균감염, 피부자극, 스테로이드(steroid) 약물 등과 관련이 있으며, 음식, 위생, 성별과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고대 로마의 젊은이들도 여드름 때문에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당시에는 온천욕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었습니다. 1800년대에는 황(sulphur)으로 피부를 건조시켰으며, 1920년대에는 피부의 청결을 위해 벤조일과산화물(benzoyl peroside)을, 1930년대에는 설사제를 이용하기도 하였으며, 1950년대에는 항생제를, 1960년대에는 비타민 a를, 1990년대에는 레이저를 치료에 이용하였고, 드디어 2000년대는 광선요법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광선요법은 강한 청색 또는 적색 파장의 가시광선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인데, 이러한 광선은 세균 안에 폴피린(porphyrin)을 만들고 이것이 자유기(free radical)을 생성하여 세균을 죽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시광선을 가지고 있고, 푸른 식물을 자라게 하는 태양광선은 자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항생제이며, 비타민 공급원인 셈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드름 때문에 고생하는 10대들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느라 태양광선과 친해질 시간이 많이 부족하군요.


계절성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는 겨울 우울증(winter depression, winter blue)이라고도 합니다. 6세기 고쓰(goth) 족의 학자 졸단(jordanes)의 게티카(getica)란 저서에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증상을 기술한 것이 그 기원입니다.

이것은 온도가 아닌 햇빛과 관련이 있으며, 드물긴 하지만 의외로 증상이 심하여 입원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이 질환의 개척자인 로젠탈(norman rosenthal)은 그의 저서에서 이 질환을 ‘에너지 위기(energy crisis)’로 표현하였는데, 환자들이 마치 태양전지가 거의 닳은 장난감처럼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고 바깥으로 나가서 무언가 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맑은 플로리다(florida)에서는 유병률이 1.4%인 반면 날씨가 흐린 뉴햄프셔(new hampshire)는 9.7%나 된다고 합니다. 스웨덴 국민들의 20%가 이러한 증상을 보이므로 유전적 요인이 관여한다고 생각하며, 그 외에도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환자의 20%는 들뜨거나(mania, 조증) 우울한(우울증, depression) 기분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로 빠진다고 합니다.

치료에는 멜라토닌이나 세로토닌(serotonin)을 증가시켜 주는 약물을 쓰거나 음성이온공기를 호흡하게 하는 치료(negative ion air therapy)를 하거나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게 하여 치료를 돕는 인지요법(cognitive therapy) 등을 사용하지만 무엇보다도 광선치료가 중요합니다. 광선치료는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밝은 (10,000 lux) 빛을 하루에 1시간 정도 쬐게 하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눈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환자가 잠에서 깨기 한 시간 전에 빛을 쬐게 하는 여명자극(dawn stimulation)이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 점입니다. 이것은 이른 아침의 햇살이 다른 시간의 햇살보다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데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 의거한 것입니다.

물론 계절과 관련이 없는 우울증, 팔꿈치 피부에 각질이 생기는 건선(psoriasis)이나 가려운 수포가 생기는 습진(eczema), 그리고 신생아 황달과 같은 질환 치료에 광선요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660nm의 붉은 가시광선이 피부에 닿으면 수일동안 아교질(collagen)의 생성속도를 증가시키므로 상처의 회복도 빠르다고 합니다.

태양은 천지창조의 넷째 날에 신께서는 만드신 작품입니다. 햇빛은 모든 생물들에게 값없이 쏟아지는 에너지이며 천연치료제입니다. 태양이 점점 높이 떠서 숨어있는 그림자들을 쫓아내듯이, 우리의 몸에 닿는 햇살은 음침한 곳에서 침투의 기회를 노리던 세균과 곰팡이들을 제거하여 저항력을 높이며, 우리의 눈을 통해 들어온 햇빛은 망막을 지나 뇌로 연결이 되어 우리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씻어버립니다. 지금 한 번 문밖에 나가서 햇살이 주는 에너지를 맘껏 느껴보세요. 어느새 우리의 마음과 몸은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찰 것입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의로운 사람이 마치 이러한 햇살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크게 빛나 한낮의 광명이 될 것입니다. 환자들을 대하는 의사는 마땅히 이러한 의로운 사람이 되어 몸의 질병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두려움까지 씻어주는 햇살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