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23

작성일 2007-07-14 첨부파일


성침례요한 풀(saint john's wort)


오리건(oregon)주 남부와 캘리포니아 주 북부의 고원지대에 자신들의 말(페누티어)을 가지고 있던 머독(modoc)과 클래머스(klamath)라는 인디언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클래머스족이 사는 곳에는 아름다운 클래머스 호수와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북쪽의 클래머스족은 물새와 고기를 잡았고, 남쪽의 머독족은 나무뿌리와 열매를 채집하고 사냥을 하였습니다. 그들이 사는 방식은 달랐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함께 뭉쳐서 싸웠고, 서로 혼인을 맺기도 하였습니다. 눈이 2m 이상 쌓이는 겨울이 되면 가족 단위로 반 지하 오두막에 살면서 신에게 도움을 빌었습니다.

1864년 미국 연방정부는 두 부족에게 압력을 가하여 영토를 포기하고 클래머스 호수 주변의 보호구역에 살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 땅은 원래 클래머스족 선조의 영토였기 때문에 클래머스족은 머독족이 이곳에 사는 것은 반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머독족에게 주기로 한 식량원조의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1870년 캡틴 잭(jack)은 머독족 전사 80명과 그 가족들을 이끌고 보호구역을 탈출하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들을 강제로 돌아오게 하자 1872년과 73년에 걸쳐 머독전쟁이 일어났습니다. 1873년 평화사절단을 이끌고 간 에드워드 캔비(edward canby) 준장이 살해된 후 전쟁은 더욱 격렬해졌고 머독족은 승승장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부하 4명의 배반으로 캡틴 잭이 잡혀 항복하고 말았으며, 그가 교수형을 당한 후 머독족은 먼 타향 오클라호마(oklahoma)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다시 고향에 돌아와도 된다는 허가를 받은 것은 36년(1909)이 지나서였습니다.

클래머스와 머독의 자손들은 예전의 선조들이 살던 것처럼 화해를 하고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1954년에 클래머스와 머독의 자손들은 미국정부와 화해를 하였고, 1961년과 1974년에 땅을 매각하여 얻은 판매수익금은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땅은 국유림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물레나물이라고 불리는 하이페리쿰 펄포라툼(hypericum perforatum)은 차나무(theales)에 속하며 노란꽃이 피는 풀입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작물들을 여지없이 짓밟는 잡초라고 하여 염소풀(goat weed)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풀은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하이페리콘(hyperikon)이라고 불리던 약초였습니다. 신령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림(icon) 위에(hyper) 두었다는 풀입니다. 영국에 건너온 후에는 이 풀이 마녀와 악령을 내어좇는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6세기가 되자, 성침례요한의 기념일(st john the baptist day, 6월 24일) 전후로 활짝 꽃을 피우는 이 풀은 6월 23일 밤에 벌어지는 기념식에 사용되었습니다. 요한은 요단강에서 예수님에게 침례를 주었던 선지자였습니다. 그가 목이 잘려 순교한 6월 29일이 되면 이 풀잎에 마치 순교자의 피와 같은 붉은 반점들이 나타나므로, 이 풀을 성요한풀(st. john's wort)이라고 불렀습니다. 드디어 1696년 이 풀이 미국 동부의 펜실바니아주에 상륙한 후 미 대륙을 관통하여 150년 후에 클래머스족와 머독족이 살던 서부까지 광범위하게 퍼진 것입니다. 그 뒤로 클래머스족과 함께 성장하던 이 풀은 클래머스풀(klamath weed)이 되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클래머스족이 살던 곳에 무성히 나 있는 이 잡초를 제거하지 않는 한 이 지역을 개발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넓은 지역에 있는 잡초를 안전하고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까 연구하던 학자들은 곤충을 이용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들은 1945년부터 50년까지 무려 6년 동안 3종류의 딱정벌레들을 오리건, 워싱턴, 아이다호에 날려 보냈습니다. 드디어 이 곤충들이 지나간 자리에 클래머스풀이 제거되어 약 1만㎢의 방목지가 개간이 되었습니다.

1860년대에는 이 풀이 호주에 소개가 되었는데, 70년 후(1930)에는 딱정벌레를 수입해야 했습니다.

이 풀은 머독 전쟁 중에 깊은 상처를 입은 병사들을 치료하여 ‘용사의 상처에 향유’(balm of warrior's wound)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또한 이 풀은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초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풀은 우울증, 불안, 불면증, 타박상, 경련, 근육손상에 사용됩니다. 특히 우울증에 효과가 좋아서 ‘herbal prozac’(약초 프로작)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데, 프로작은 세로토닌(serotonin)을 증가시켜주는 대표적인 우울증 약물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항 에이즈 바이러스 약물로 연구되고 있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370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13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꽃의 사촌쯤 되는 하이페리쿰 칼리시넘(hypericum calycinum)이란 풀꽃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론의 턱수염(aaron's beard),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 예루살렘의 별(jerusalem's star), 대성침례요한의 풀(great saint john's wort)이란 여러 사연과 이름을 가졌지만 이것과 성침례요한의 풀은 다른 것입니다.

성침례요한 풀에는 빛에 예민한 독성물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피부가 흰 동물이 먹은 후 태양이 내리쬐는 곳에 있으면 피부에 물집과 염증이 생기는데, 심한 경우에는 몸무게도 빠지고 죽기도 합니다.

이 성침례요한 풀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파슬리(parsley)나 파스닙(parsnip)과 함께 그 당시 나병으로 생각한 피부의 흰 반점을 치료하는 데에 이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러한 풀들의 가루를 흰 피부 반점에 바른 후 태양빛을 쬐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흰 반점에 색소들이 침착되어 치료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빛에 민감한 물질의 독성을 이용하여 암을 치료하는데 이용합니다. 광역학요법(photodynamic therapym, 광역동치료)은 이러한 빛민감물질(photosensitizer)을 암조직으로 이동시킨 후에 빛을 쪼여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법입니다. 카나다의 큐엘티사(qlt inc.)는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데에 이러한 물질과 방법을 도입하였습니다.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광역학요법을 설명할 때면 고대 이집트 나병환자의 흰 반점을 지워주고, 클래머스 강가에 평화롭던 두 마을을 지켜주고, 용사들의 전쟁 상처를 치유해주고, 현대인의 정신병을 치료해 주는, 순교자의 피가 스며있는 듯한 이 아름다운 풀꽃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