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24

작성일 2007-07-20 첨부파일


치료하는 광선


▲ 이성진 교수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 (말라기 4장 2절)


광역동치료(photodynamic therapy)란 빛과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물(광감작물질, photosensitizer)을 이용하여 건강한 세포의 손상 없이 질병을 가진 세포만을 최소한의 침습으로 치료하는 특별한 방법을 말합니다. 물론 이 방법은 나병의 흰 반점을 치료하기 위해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했다고 알려진 만큼 역사가 오래된 것이지만, 이것은 약 100년 전인 1900년에 랍(raab)이 ‘어떤 조직에 특정 물질을 가한 후 빛에 노출시키면 더 예민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정립하면서 재조명된 것입니다. 1913년에 독일 내과의사인 마이어-베츠(friedric meyer-betz)는 헤마토폴피린(hematoporphyrin)을 처음으로 사람에게 적용해 보았는데, 그는 그 연구에 앞서 자신의 피부에 먼저 실험을 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이론이 실제로 치료에 이용되기까지 무려 70년의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가장 먼저 광역동치료에 이용된 물질은 1961년에 립슨(lipson)이 발견한 헤마토폴피린의 순수한 결정체, 포토프린(photofrin)입니다. 드디어 1986년에 도허티(thomas dougherty)는 국제광역동치료회(inteRNAtional pdt association)을 만들고 임상실험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미국 FDA는 1995년에 식도암, 1998년에 기관지암, 199년에 피부암 전구질환인 광선각화증(actinic keratosis) 치료에 광역동치료를 승인하였습니다. 포토프린을 이용한 광역동치료는 피부의 흑색종(melanoma)를 포함한 다양한 암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이 되었지만, 포토프린 결정을 얻는 과정이 일정하지 않으며, 포토프린을 작동시키는 붉은 빛의 630nm 파장이 조직을 겨우 1mm 정도 밖에 침투할 수 없고, 한 달 정도 빛을 피해야 한다는 단점들이 남아있습니다.

1990년대에 카나다의 큐엘씨(qlc)사를 이끄는 여성 과학자 레비(julia levy)는 황반변성 치료에 이용되는 비쥬다인(visudyne, verteporfin)을 개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포토프린의 단점들을 보완한 2세대 약물 중 하나인 것입니다. 비쥬다인은 689nm 파장의 빛을 가진 다이오우드(diode) 레이저를 이용합니다.

빛민감물질을 주사하면 혈관 속에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저밀도지질단백(LDL, low-density lipoprotein)과 결합을 한 후 온 몸을 돌게 됩니다. 암세포처럼 빨리 자라는 비정상적인 세포에 저밀도지질단백(LDL)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광감작물질은 온 몸을 돌다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암세포에 많이 침착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까지 광감작물질은 비활성화 상태이므로 특별한 작용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광감작물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특수한 파장의 레이저 빛이 필요합니다. 특수한 파장의 이 빛은 열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조직이 열로 인한 손상을 받을 염려가 없습니다. 이러한 레이저 빛으로 암세포가 있는 부위를 200-1000초 정도 비추면 이 물질이 활성화됩니다. 그러면 이 약물을 함유하고 있는 세포 내에서 독성작용이 강한 일중항산소(singlet oxygen, 1o2)들이 생기게 되고, 그 독성으로 인해 세포막, 사립체(mitochondria)막, 라이소좀(lysosome)막, 핵막 등이 영구적인 손상을 입어 세포가 죽습니다. 이러한 독작용은 정상적인 부위의 손상이 거의 없이 이 약물이 많이 침착된 암세포에 주로 작용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일중항산소가 0.04μ초 정도로 매우 짧은 기간 존재하며, 세포 안에서 매우 짧은 거리만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약물이 빛을 받아 일을 한 후 빛이 없을 경우에는 곧 원상태로 돌아오므로 다시 빛을 주면 재치료가 가능하며, 다른 항암요법과 병행할 수 있습니다.

나이관련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이란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망막의 중심부(황반부, macula)가 변성이 되는 질환입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어떤 원인으로 인해 황반부에 필요한 혈액공급이 부족해지자 황반부 아래의 혈관층(맥락막, choroid)으로부터 황반부의 혈액공급을 늘이기 위해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이 맥락막신생혈관들이 서서히 망막을 뚫고 자라서 황반부를 파괴시키는데 있습니다. 황반부가 변성되면 내가 보려고 하는 사물의 초점이 맺히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황반변성의 치료는 망막의 아래에 생기고 있는 맥락막신생혈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막신생혈관은 마치 암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혈관들과 비슷합니다. 이 신생혈관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암이나 황반변성의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비쥬다인을 약 10분간에 걸쳐 서서히 주사하면 이 약물이 저밀도지질단백이 많은 신생혈관에 많이 달라붙게 됩니다. 주사를 한 지 15분이 되면 달라붙은 약물의 양이 최대가 되는데, 이 때 689nm 파장의 다이오우드 레이저 빛을 83초간 눈을 통해 황반부에 쪼이면 비쥬다인이 활성화되어 신생혈관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 후 48시간 정도 집안에서 생활하며 햇빛을 피합니다.

광역동치료는 현재 나이관련황반변성 외에 다양한 암 치료에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피부, 방광, 뇌, 구강, 인두 및 위에 생긴 암도 그 대상이며, 현재 다양한 임상 실험과 치료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피부를 좀 더 깊이 침투할 수 있는 물질을 연구하여 적용하고 있으며,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빛을 찾아 실험하고 있습니다. 광역동치료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치료방법의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 부가적인 치료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수술 중에 시행하는 것입니다. 또한 크고 딱딱한 암 덩어리 속으로 빛을 전달하는 관을 넣은 후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매우 심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유용한데, 특히 머리와 목에 생긴 암과 같이 수술이 곤란한 경우에 도움이 됩니다.
이렇듯 빛에 민감한 물질과 빛을 이용한 역동적인 치료는 조금씩 암 치료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해 가고 있으며,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방법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