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32

작성일 2007-11-20 첨부파일


자외선이 황반변성을 유발할 것인가?

▶ 이성진 교수<순천향의대 안과학교실>
1993년에 미국 위스콘신 주 비버댐 지역 주민들 중 43세에서 84세 사이의 연령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beaver dam study)는 어르신들의 실명을 유발하는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이 자외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태양 빛 속의 자외선이 피부에 암을 유발할 정도로 나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우리의 눈도 일생동안 자외선이 반복되고 누적될 경우 노화과정 중에 있는 망막을 손상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물론 자외선이 눈에서 급성으로 각막염(photokeratitis), 백내장(cataract) 및 일광망막병증(solar retinopathy) 등을 유발하고 있긴 하지만 과연 수 년 동안 만성적으로 영향을 주어 황반변성을 유발할까요?

그들은 당시 야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그리고 모자와 색안경을 잘 쓰지 않을수록 망막의 변성이 많았다고 하였습니다. 연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후로 10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젊을 때 10번 이상의 심한 일광화상(sunburn)을 경험했거나, 30대에 하루에 5시간 이상 야외에서 일을 했거나, 그 때 모자와 색안경을 2시간도 착용하지 않은 경우에 황반부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결국 자외선이 황반변성의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만약 자외선이 황반변성을 일으킨다는 것이 너무도 명확한 사실이라면 젊은이들도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번은 이곳의 젊은 과학자들과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젊을 때부터 자외선을 차단하는 색안경을 착용해야 되겠지요. 눈도 보호하고, 멋을 낼 수도 있고...’

‘나는 반대에요. 물론 운전할 때 눈이 부시면 착용해야겠죠. 그러나 화창한 봄날부터 컴컴한 색안경을 착용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자외선이 노출이 많은 시골에서 벗어나 스모그에 의해 자동적으로 자외선이 차단되는 도시에서 살거나, 야외 직장을 버리고 건물 속에서 일을 하는 직업을 선택해야 되겠군요.’

‘그 연구가 색안경 회사의 후원을 받지는 않았겠죠?’

‘자외선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피부암이나 황반변성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면 자외선에 의해 질병이 유발되는 사람들은 뭔가 다른 원인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저는 이런 공방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과연 이렇게 무서운 자외선의 공격으로부터 망막이 얼마나 완벽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지 놀라게 되었습니다.

오존층을 통과한 자외선(uva & b, 280-400nm)이 눈으로 들어오면 일차적으로 각막(cornea, 검은자)이 더 위험한 300nm 미만의 짧은 파장을 막아줍니다. 물론 그 전에 자외선이 들어오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속눈썹이 그림자를 만들어 주고 있으며, 너무 밝으면 눈을 돌리거나 찡그리거나 자주 깜빡이거나 때로는 약간의 사시를 만들기도 하고, 동공을 급히 줄이며, 각막표면에 수직으로 들어오지 않는 빛은 반사시키는 등의 방어라인들이 가동되고 있지요.

두 번째 방어는 바로 수정체(lens)에서 이루어지는데, 300-400nm 파장의 자외선을 모두 흡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 짧은 청색 가시광선에 숨어서 통과한 자외선들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이것에 대하여 망막 자체에 있는 세 번째 방어막이 가동됩니다.

망막의 가장 표면에 있는 색소성분(엽황소, xanthophyl)은 망막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시세포까지 자외선이 도달하지 않도록 자외선을 흡수하며, 자외선이 만든 유해한 단산소기(oxygen siglet)의 발생을 억제합니다. 또한 시세포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광디스크는 한 번 사용되고 나면 망막색소상피(retinal pigment epithelium)에게 잡아먹혀 폐기됨으로 주위의 손상을 최소화 합니다. 또한 망막색소상피 속의 검은 멜라닌 색소는 빛을 흡수하거나 분산시켜 시세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이미 생성된 산화물질들을 처리하는 제거반(scavenger)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강력한 효소들(superoxide dismutase, 과산화효소 peroxidase, 카탈라제 catalase), 비타민 e를 포함하는 여러 가지 항산화제들, 그리고 보조인자인 아연(zinc)이나 셀레니움(selenium)은 광디스크들이 분해될 때 유해한 산화물질들로부터 망막색소상피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겹겹으로 철통같이 보호를 받고 있는 망막을 감히 어떻게 자외선이 손상시킬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논문을 살펴보니 역시 ‘자외선으로 인한 황반변성은 가장 높은 태양의 노출을 받은 사람들에게서만 발견이 되었다’라고 되어있군요.(only in those who reported the highest amount of sun exposure during the same periods.)

그 이후에 많은 연구 결과들이 조금 상반된 견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자외선이 황반변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가설 중 하나는 노화된 망막에 도달한 자외선이 산화작용을 활성화시킴으로 세포막에 있는 지질의 과산화를 일으킬 수 있는데, 시세포막에는 상당히 높은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산화손상을 받기 매우 쉽기 때문에 황반변성이 일어난다는 것이며, 또 다른 가설은 산화손상에 대해서 위에서 언급한 방어물질이 부족하거나 그 방어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다른 인자들이 관여할 때 시세포는 좀 더 손상을 쉽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시세포막이 산화손상을 받기 쉬운 부분이라는 첫 번째 가설은 어쩔 수 없다고 칩시다. 오히려 이렇게 약하고 여린 세포가 평생 건강하게 살아 남아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지요. 그렇다면 두 번째 가설처럼 자외선에 대한 정상적인 방어기전을 약하게 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방어력이 약해진 이유로 유전이나 노화 자체를 먼저 꼽을 수 있겠지만 다른 성인병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동안의 건강하지 못한 식사와 생활습관, 그리고 스트레스들이 서서히 방어력을 약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오늘, 2007년 4월 22일, 정오에 오존층을 뚫고 들어온 자외선은 미국 전체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서부와 중부를 제외한 전역은 자외선 지수 8 이상으로 붉게 물들었으며, 플로리다와 텍사스서부 및 뉴멕시코 주는 가장 높은 자외선 지수 12를 기록하였습니다. 이곳 아틀란타는 자외선 지수 10이었는데 이것은 자외선 차단을 위해 긴 팔 옷을 입고, 모자와 색안경을 쓰고, 피부에 자외선차단 연고를 바르며, 가능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경고를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피부와 눈에 질병을 유발하는 자외선을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처럼 여린 망막이 어떻게 이런 무서운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지 생각하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래의 내 모습을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지금 나의 행동들이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아직 늦지 않았을 때에 망막의 방어력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