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33

작성일 2008-01-14 첨부파일


운동이 황반변성을 어떻게 예방하는가?




▶ 이성진 교수<순천향의대 안과학교실>
“아빠. 술, 담배 그리고 자외선이 황반변성과 관련이 있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런데 혹시 황반변성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없나요?”

지금까지 5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실명을 일으키는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나이관련황반변성)의 위험인자(risk factor)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지혜가 물었습니다.

“당연히 있지. 그건 바로 운동이란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꼭 인용하지 않아도 운동이 심혈관질환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황반변성의 위험인자는 어떻게 보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와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그러므로 운동이 황반변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증명하기까지 15년에 걸친 미국 위스콘신주 비버댐 주민들의 도움(beaver dam study)이 컸습니다.

주민들을 15년 동안 관찰한 결과 정기적인 운동을 하는 활동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황반변성이 적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여기서 정기적인 운동을 한다는 것은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한다는 것이며, 30분 정도 걷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운동이 어떻게 황반변성을 예방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운동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이유를 하나 들자면 콜레스테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동맥경화증, 고혈압, 비만 등 죽음을 불러오는 기분 나쁜 기름 덩어리 쯤으로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그런데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세포막을 형성하고, 성호르몬을 만들며, 지방을 소화시키는 담즙의 성분이 되니까요. 물론 필요 이상을 섭취하게 되면 동맥에 붙어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1994년에 학자들은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어떤 콜레스테롤이 혈액에서 수치가 1 씩(mg/dl) 높아질수록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관상동맥, coronary artery)이 막혀서 생기는 심장질환(관상동맥질환, coronary heart diease)을 3% 낮출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이 콜레스테롤이 무엇인지 아시죠? 그것은 바로 우리의 희망, 고밀도지질단백(high-density lipoprotein, HDL)입니다. 이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혈액에 있는 콜레스테롤들을 간으로 운반한 후 담즙을 만들어 지방을 소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 위에서 언급한 병들을 일으키는 나쁜 콜레스테롤도 있겠지요? 그것은 바로 저밀도(low-density, LDL) 또는 초저밀도(very low-density, VLDL)지질단백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럼 도대체 운동이 콜레스테롤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운동을 많이 할수록 이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운동은 직접적으로 콜레스테롤을 혈액에서 간으로 운반하는 효소들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여러 호르몬들을 동원하여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늦추며, 제거 속도를 빠르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또한 운동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체지방, 체중, 식생활에 관심을 갖도록 하여 간접적으로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일을 합니다.

황반변성 위험인자 연구팀에 따르면 고혈압이 있는 경우,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섭취한 경우, 그리고 혈액 중 ‘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에 황반변성의 발생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콜레스테롤의 변화가 황반변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황반부는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망막의 중심부이며, 다른 곳보다 갈색 색소가 진하게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 갈색색소는 루테인(lutein)과 제아산틴(zeaxanthin)을 말하는데, 이들의 역할은 망막에 도달한 자외선이나 산화물질을 흡수하여 망막손상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색소가 옅어질수록 황반변성에 잘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색소가 콜레스테롤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비만과 망막 색소의 관련성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비만한 사람들에게서 망막의 색소가 옅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비만이 콜레스테롤의 구성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콜레스테롤의 변화는 혈액 속에 있는 루테인과 제아산틴의 파괴를 촉진시킬 뿐 아니라 망막으로 이송시키는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nutr rev 2005;63:9-15)

이 정도면 운동이 어떻게 황반변성을 예방할 수 있는지 가닥이 잡히시지요?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망막에는 황반부의 손상을 유발하는 산화물질이나 자외선을 흡수하는 루테인과 제아산틴 색소가 있습니다. 이 색소는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로부터 만들어져서 눈으로 운반이 됩니다. 그런데 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 혈액에서 이 색소의 파괴가 빨라지게 되고, 망막으로 운반이 잘 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황반부의 색소가 모자라게 되고, 황반변성이 생길 수 있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운동을 시작하면 이 모든 것이 반대로 뒤집힙니다. 운동은 먼저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킵니다. 좋은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들을 줄어들게 합니다. 그러면 혈액 속에 루테인과 제아산틴이 오래 남게 되고, 또한 눈으로 많이 운반됩니다. 황반부에 있는 이 특별한 색소는 황반손상을 막습니다.

“아빠, 그러면 운동 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흠... 뭐가 또 있을까?”

의학적 전문지식으로 답변을 해 주기 위해 내과 교과서를 찾아보았지만 정답은 매우 상식적이었습니다. 1. 체중을 줄여라. 2. 콜레스테롤이 섭취를 줄여라. 3.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여라. 4. 금연하라.

편안한 노후의 삶을 위해 금전을 저축하는 것처럼, 1주일에 3회 30분 정도 운동할 시간을 내는 것은 노후의 건강한 눈을 위해 저축하는 것입니다. 이번 주 부터 가족들과 함께 30분 정도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를 시작해 봅시다. 그게 정 어려우면 앞마당에 모여 줄넘기라도 해 봅시다. 황금과 같은 시간을 쪼개서 쓸데없는데 허비하는 것 같지만, 후에 돌이켜보면 이 시간이 정말 황금과 같은 시간이었음을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