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이성진의 망막이야기 -140

작성일 2008-07-22 첨부파일


우리의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신 조절(accommodation)이론


▶ 이성진 교수<순천향의대 안과학교실>
우리의 눈은 매우 다이내믹합니다. 뇌로부터 내려오는 끊임없는 명령에 맞추어, 보고 싶은 곳을 따라 눈이 정확히 움직이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눈이 잠시라도 머문 지점에서 최고의 초점이 망막에 맺히도록 눈 속의 작은 부분들이 쉴새없이 변화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자동포커스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다고 해도 눈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숲 속에서 여러 나뭇가지들이 층을 지어 가리고 있는 수풀 속의 새를 자동카메라로 찍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눈으로 명확히 볼 수 있는데 사진을 찍기가 어려운 이유는 카메라 스스로가 결정한 초점이 새가 아니라 새 앞에 드리운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눈은 첨단 자동카메라보다 빠르고 정확합니다.

우리의 눈은 가까운 것을 볼 때 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먼 곳의 상은 거의 평행하게 눈에 들어오므로 큰 노력 없이도 망막에 초점을 맺을 수 있지만, 상이 눈에 가까울수록 급격한 각도로 눈에 들어오게 되므로 망막에 초점을 맺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굴절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것을 볼 때 많은 굴절력을 얻기 위해 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를 조절(accommodation)이라고 합니다. 굴절력을 조절하는 주체는 눈 속의 돋보기 렌즈(lens, 수정체)입니다. 어릴 때는 렌즈가 말랑말랑하여 필요에 따라 도수를 많이 변화시킬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점점 딱딱해져서 도수를 많이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가까운 것을 볼 때에 눈의 굴절력을 대신할 돋보기가 필요합니다.

섬모체는 홍채 뒤쪽에서 렌즈 주변을 도너츠처럼 빙 둘러싸고 있는 작은 주름모양의 근육입니다. 섬모체가 수축을 하면 도너츠의 안쪽 직경이 좁아지며, 느슨해지면 직경이 넓어집니다. 섬모체와 렌즈 사이에는 이 둘을 연결해주는 끈들(섬모체소대, ciliary zonule)이 있습니다. 이 끈들은 렌즈의 주위에 빙 둘러 붙어있는데, 섬모체가 수축을 해서 안쪽 직경이 좁아지면 여기에 붙어있던 끈들이 느슨해지며, 섬모체가 느슨해져서 안쪽 직경이 넓어지면 자연히 끈들은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이 끈들이 팽팽하게 당겨지면 사방에서 당기는 힘 때문에 렌즈는 얇아지고, 반대로 느슨해지면 렌즈는 두꺼워집니다. 가까운 것을 볼 때에는 섬모체가 긴장을 하여 수축을 하게 되는데, 섬모체가 수축하면 이 끈들이 느슨해지고, 따라서 렌즈는 두꺼워져서 큰 굴절력을 얻게 됩니다. 조절을 할 때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눈 속에서 일어납니다.

가까운 것을 볼 때 일어나는 변화(near reflex, 근접반사)는 조절뿐이 아닙니다. 조리개(pupil, 동공)은 사물의 초점을 더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작아지고(miosis, 축동), 두 눈은 한 곳에 집중하기 위해 약간 안쪽으로 모입니다(convergence, 눈모음). 눈앞의 연필 끝을 주목하고 있을 때 연필을 눈 쪽으로 가까이 대면 두 눈은 사시처럼 안쪽으로 모입니다. 바로 이 순간 놀랍게도 우리의 눈 속에는 섬모체, 끈들, 렌즈, 그리고 조리개가 한꺼번에 조용히 매우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근시를 만드는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유전인자를 꼽습니다. 그러나 아주 어릴 때 동물들이 잘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거나 잘 맞지 않는 안경을 씌우면 눈이 점점 길어지며 근시가 되는 것으로 보아 초점이 명확하지 않은(defocus) 상이 망막을 자극하여 근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원인이 있을까요? 일부 학자들이 생각하는 다음 원인은 바로 조절(accommodation)입니다. 조절이 근시를 유발한다는 가설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아직도 논란이 많습니다만 역사적으로 간접적인 2가지 증거를 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근거리 작업량과 근시와의 상관성입니다. 가장 간단한 예가 책을 많이 보아온 고학력 출신들이 근시가 많다는 것이지요.(goldschmidt 1968, sato 1993) 두 번째는 조절 기능을 마비시키는 아트로핀(atropine)을 점안하면 근시의 진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bedrossian 1971, chua 2006) 지금까지 조절과 근시에 관한 논문이 800여개나 되는 것만 보아도 근시 연구에 조절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절이 어떻게 근시를 유발한다는 것인가요? 가까운 것을 볼 때 일어나는 변화(near reflex, 근접반사)는 조절뿐이 아닙니다. 조리개(pupil, 동공)은 사물의 초점을 더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작아지고(miosis, 축동), 두 눈은 한 곳에 집중하기 위해 약간 안쪽으로 모입니다(convergence, 눈모음). 눈앞의 연필 끝을 주목하고 있을 때 연필을 눈 쪽으로 가까이 대면 두 눈은 사시처럼 안쪽으로 모입니다. 바로 이 순간 놀랍게도 우리의 눈 속에는 섬모체, 끈들, 렌즈, 그리고 조리개가 한꺼번에 조용히 매우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근시를 만드는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유전인자를 꼽습니다. 그러나 아주 어릴 때 동물들이 잘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거나 잘 맞지 않는 안경을 씌우면 눈이 점점 길어지며 근시가 되는 것으로 보아 초점이 명확하지 않은(defocus) 상이 망막을 자극하여 근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원인이 있을까요? 일부 학자들이 생각하는 다음 원인은 바로 조절(accommodation)입니다. 조절이 근시를 유발한다는 가설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아직도 논란이 많습니다만 역사적으로 간접적인

조절이 근시를 유발하는 기전을 보면 결국 초점이 명확하지 않은(defocus) 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책을 보는 경우로 예를 들어 볼까요? 책을 보면 조절이 이루어지는데, 책을 오랜 시간 동안 볼 때 섬모체도 근육이므로 조절작용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긴장하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중간 중간에 조절이 깨지게 되겠지요. 이때마다 망막에는 초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이 맺히게 될 것이고, 그것이 망막에서 눈 성장에 관여하는 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안경을 처방할 때도 이 점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근시 안경을 맞출 때 2.0의 시력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맞추면 그만큼 가까운 것을 볼 때 조절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면 위의 가설에 따라 이것도 근시를 유발할 수 있는 자극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안경은 가까운 것을 볼 때 조절을 덜 하도록 1.0 정도의 시력이 나올 정도로만 맞추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보다 훨씬 더 낮게 맞추면 초점이 명확하지 않게 되므로 근시를 유발할 수 있겠지요.

2003년 미국 안과학회에서는 안경을 쓰거나 벗는 것이 근시를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발표함으로 조절이론을 거부하였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의심의 대상이었던 조절이론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놓아준 셈입니다. 정말로 이 이론의 증거를 찾고 싶다면 어린이의 한 눈에만 아트로핀을 점안하고 다른 눈은 그대로 놔 둔 상태에서 어떤 변화가 올 지 비교하는 대규모의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것은 윤리적인 문제에 부딛힐 것입니다.

저도 2003년에 발표된 미국 안과학회의 이론 즉 근시는 유전과 관련이 있으며, 근시의 진행을 막거나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는데 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이 완전히 100%가 아니라면, 근시를 유발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후천적인 요인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우리의 어르신들께서는 자녀들에게 책을 볼 때에 엎드려서 보지 말고, 너무 가까이 보지 말고, 어두운데서 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눈에 과도한 조절상태를 만드는 것으로 조절이론으로 볼 때 분명히 금해야 할 3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어르신들께서는 조절과 같은 복잡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미 이 이론을 알고 계신 듯 보입니다. 저는 근시가 있는 어린이와 그 부모님에게 옛 어르신들의 이 지혜로운 가르침을 따르면 눈이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설명합니다. 혹시 누가 알겠습니까? 나중에라도 어르신들의 조절이론이 사실로 밝혀질 날이 올지 말입니다. 설령 이것이 미국 안과학회의 권고처럼 근시의 유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자녀들이 바른 자세로 책을 즐겨 읽게 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