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98

작성일 2014-01-06 첨부파일

시력이 좋은데 왜 응급수술을 해야 하나요?

“선생님. 아직 시력이 정상인데 오늘 밤 응급수술을 해야 하나요?”

“네. 시간이 늦으면 시력을 잃게 됩니다. 시력을 잃은 후에 수술을 하면 시력 회복이 잘 안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망막박리 수술 결과는 all-or-none입니다. 박리된 망막이 다시 잘 붙느냐 안 붙느냐 이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80점짜리 수술을 하면 80% 붙고, 60점짜리 수술을 하면 60% 붙는 게 아니라 붙으면 다 붙고, 안 붙으면 다 안 붙는 것이지요. 즉 100점짜리 수술을 하지 못하면 망막은 다시 붙지 않게 되고, 망막이 다시 붙지 않으면 실명하게 되니까 결국 망막을 붙이느냐 못 붙이느냐는 실명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셈입니다.

그럼 여기서 망막이 붙으면 시력이 회복될 수 있느냐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런데 망막이 붙는 것과 시력이 회복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망막이 붙지 않으면 실명이지만 망막이 붙어도 시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망막이 일단 붙어야 시력회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망막을 붙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눈을 카메라에 비유할 때 망막은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필름입니다. 그러므로 시력은 망막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지요.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시력은 망막의 기능이라기 보다 황반의 기능입니다. 황반이란 망막의 중심점을 말하는데, 갈색 색소가 진해서 황색반점이라고 하지요. 황반은 1mm도 안 되는 작은 점이지만 여기에는 정밀한 것을 보게 해 주는 원뿔모양의 시각세포 600만개가 몰려있습니다. 망막이 박리되었다가 붙을 경우 황반에 있는 원뿔세포가 얼마나 많이 살아남아 있는지와 얼마나 다시 정상적인 연결을 갖는지가 중요합니다.

망막박리에서 황반이 박리되었는지, 아직 황반이 박리되지는 않았는지는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황반이 아직 붙어있으면 박리된 망막 부위의 시야가 보이지 않는 것뿐, 시력은 정상입니다. 즉 황반이 아직 붙어있으면 시력은 정상인데 진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오늘이 지나면 황반까지 망막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황반부의 원뿔세포가 더 손상될 수 있으니까, 그러면 수술 후 시력이 더 나빠질 수 있으니까 24시간 이내에, 혹은 당일로 수술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황반이 떨어진 망막박리는 시력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때는 응급수술이 아닌 셈인데, 논문에 보면 황반이 떨어진 후 2주 이내에만 수술을 하면 수술 결과가 비슷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망막박리는 빨리 수술을 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황반이 빨리 붙을수록 황반의 원뿔세포의 손상이 적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술 후 시력도 좋아질 것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시야의 한쪽에 검은 커튼이 쳐지는 망막박리가 있으면서 시력이 정상이라면 그것은 당일 또는 24시간 이내에 빠른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만약 수술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시간이 흐르면 망막박리는 진행이 돼서 중심부를 침범하게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검은 커튼이 점점 크게 쳐질 뿐 아니라 중심 시력마저 소실이 됩니다. 시력이 소실된 경우는 더 이상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아닙니다. 2주 이내에 수술만 받으면 시력 결과는 비슷한 것이지요.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망막박리는 빨리 수술을 하는 것이 시력회복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