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10

작성일 2014-04-17 첨부파일



환자와 친해지기 프로젝트 - 4. 한 마디 말 던지기

이 세상의 전쟁은 '한 마디의 말'로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마디의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요? 한 마디의 말로 적군을 돌아가게 만든 장군들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속담에도 한 마디 말로 천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마디 말은 돈도 됩니다. 말로 사기치라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겁니다. 마음을 감동시켜서 자발적으로 빚을 탕감해 주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환자와 친해지기 프로젝트에 있던 것은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전화번호를 주고, 점심을 같이 먹고, 초대에 응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한 마디 말을 던지는 것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므로 조금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 해 봐서 효과가 있다면, 아니 한 마디의 말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을 느낀다면 이게 아주 간단하면서도 매력적인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자꾸하다 보면 쉬워집니다. 이렇게 쉬운 단계를 왜 뒤로 넣었냐구요? 처음부터 이것을 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몸으로 하는 단계를 해 보신 분은 이제 마음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하루에 한 명에게 준비된 말 한 마디를 던지는 겁니다. 가장 쉬운 말을 예를 들면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군요.' 라는 말 입니다. 사실 이 말은 너무나 밋밋해서 말하기조차 쑥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던지지 못하면 환자의 마음을 울리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 말은 여러 병의원을 다녀서 고생을 했던 분들에게 어울릴 말입니다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꾹 참고 있다가 어렵게 의사를 만나보기로 결심한 모든 환자들도 해당이 되니까요. 합당한 경우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경우에 합당한 한 마디 말을 던지는 것은 아로새긴 은쟁반의 금사과가 되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환자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긍휼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내가 남에게 보인 마음이 어떠한지에 따라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마음을 받게 됩니다. 저는 이 말 한 마디를 했을 때 눈물을 보였던 많은 환자들을 봤습니다. 이 말 속에는 의사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환자를 향한 따듯한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그 다음 추천해 드릴 말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입니다. 인턴 시절, 응급실을 들어온 심장이나 호흡이 정지된 응급환자를 보면 달려들어 입과 입을 대고 인공호흡을 하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심장과 호흡이 살아나면 희열이 생기면서 환자 보호자에게 아주 당연한 일을 별로 어렵지 않게 한 것이라며 쿨하게 한 마디 던집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묘하게 희열과 침착함은 같이 옵니다. 이것을 경험해 보신 분이라면 이 말이 가지고 있는 힘을 아실 것입니다.

다른 한 마디를 추천해 드리면 '하나님이 낫게 해 주십니다.' 입니다. 이 말이 너무 식상하게 들리나요? 부처님은 왜 안 되겠어요? 중요한 것은 언제 이 말을 해야 할 것이냐 입니다. 어려운 병이 잘 나은 후, 수술이 기적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후에 보통 '수술 잘 됐습니다.'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 치료 또는 수술을 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교만이 생깁니다. 순천향대학교병원을 설립하신 서석조 박사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질병은 하늘이 낫게 하는 것이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도울 뿐이다.' 라고. 이 말 조금 이상합니다. 마치 의사는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들리니까요. 그런데 이 말의 진짜 뜻은 겸손입니다. 공을 하나님께 돌림으로써 의사의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 외에 많은 한 마디 말들이 환자의 마음을 울립니다. 그 한 마디 말은 의사마다 다릅니다. 그러나 의사라면 누구라도 그 한 마디를 할 수 있으며 해야 합니다. 환자를 감동시키고 희망을 주는 것은 질병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