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21

작성일 2014-07-17 첨부파일



마른 황반변성

50대 초반의 남자 환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선생님. 요즘 제 눈이 침침해졌어요. 노안이겠지 하고 안경을 맞추러 갔는데 안경으로 안 된답니다. 그래서 가까운 안과에 갔는데 제 눈에 황반변성이 있대요. 무슨 설명을 듣긴 했는데 제가 너무 당황해서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젖은 타입은 실명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두렵습니다.”

황반은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망막이라는 필름의 중심점이다. 눈 속 가장 뒤편에서 진한 갈색 반점으로 보인다고 하여 황반이라고 한다. 황반은 내가 보려고 하는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부위이며, 시력을 결정하는 곳이다. 중심에 0.5mm 크기의 혈관이 없는 오목한 부위가 있는데, 이곳에 정밀한 것과 색을 구분하는 원뿔세포 600만개가 자리잡고 있다. (주변부 망막에는 큰 사물과 명암을 구분하는 막대세포들이 1억개쯤 있다.) 우리는 일생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이 작은 점을 통해 세상을 본다. 이 점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기적이다.

황반변성이란 50세 이상에서 황반이 손상되어 시력이 떨어지는 병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실명의 가장 많은 원인이 되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혹시 사물이 휘어져 보이거나 검게 보이는 부분은 없나요?”

“검은 부분은 없는데, 휘어 보이긴 해요.”

“한 번 봅시다. 시력은 조금 떨어졌고, 눈 속을 보니 황반부 망막에 작고 노란 찌꺼기들이 깔려 있네요.”

“젖은 타입인가요?”

드루젠이라고 하는 이 찌꺼기들은 황반변성의 주범이다.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주는 시각세포의 끝부분은 한번 사용된 후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가 된다. 그런데 자외선, 담배, 비타민 부족, 콜레스테롤, 고혈압이 오래 되면 이 분해 작용을 방해해서 찌꺼기를 만든다. 찌꺼기만 있는 경우가 마른(건성) 타입이다. 망막의 바닥에 쌓인 찌꺼기들은 망막 아래에 있는 혈관으로부터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방해한다. 망막은 조금씩 산소부족에 빠진다. 황반변성의 90%가 마른 타입인데, 시력저하가 있긴 하지만 실명으로 갈 확률은 10% 정도다.

망막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망막을 살리기 위해 망막 아래의 혈관에서 새 혈관이 만들어진다. 새 혈관은 망막에 직접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바닥을 뚫고 망막 속으로 자란다. 문제는 새 혈관들의 구조가 너무 약해서 물이 새거나 터진다는 것이다. 출혈이 되면 망막 속의 미세한 신경섬유들은 완전히 손상되서 더 이상 기능을 못하게 된다. 이렇게 새 혈관들이 생긴 경우가 젖은 타입이다. 황반변성의 10% 밖에 안 되는데 90%가 실명된다. 망막의사들은, 그래서, 과연 새 혈관이 생겼는지가 궁금하다.

형광물질을 팔에 주사한 후 눈에 필터를 대고 보면 혈관들이 하얗게 보인다. 그런데 중심부에 까맣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혈관이 없는 황반이다. 이곳에 새 혈관이 생겼다면 흰 점이나 얼룩이 보일 것이고, 환자는 눈 앞에 검은 부분이 생기거나 사물이 휘어져 보이게 된다.

“다행히 새 혈관은 없어요. 마른 황반변성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젖은 타입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눈 속으로 새 혈관을 차단하는 항체를 주사하는 것이다. 한 달 간격으로 세 번 주사하면 새 혈관이 사라진다. 물론 새 혈관이 또 자랄 수 있지만 그 때 그 때 주사를 한다.

“마른 황반변성은 실명의 위험이 적으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치료는 찌꺼기가 덜 생기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노화와 유전은 어떻게 할 수 없겠죠. 그러나 자외선을 차단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잘 드시고, 담배를 끊는 것은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혈관을 약하게 만드는 콜레스테롤을 피하고, 혈압을 조절하며,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장질환 예방 원칙과 비슷하네요.”

“자외선만 빼면 그렇습니다. 그래도 자외선을 피한다고 태양을 피해 다니시면 피부에서 비타민D가 만들어지지 않아 뼈가 약해 지니까 태양을 싫어하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