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22

작성일 2014-08-07 첨부파일



젖은 황반변성

59세 남자 환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선생님. 갑자기 한 쪽 눈앞에 검은 점이 생겼어요. 가까운 안과에 갔는데 황반에 이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망막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황반변성을 선택할 것이다. 황반은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망막이라는 필름의 중심점이며,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곳이다. 50세 이상에서 망막의 노화로 생기는 나이관련황반변성은 미국과 유럽에서 실명의 가장 많은 원인이다. 우리나라도 점점 황반변성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부터 증상이 생겼지요?”

“한 달 전에 사물이 조금 휘어져 보이더니 일주일 전부터 검은 점이 중심부를 가립니다.”

망막의 시각세포 속에 있는 옵신이라는 단백질들은 빛 알갱이를 전기 신호로 바꾼 후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된다. 그런데 노화로 인해 완전히 분해되지 않으면 망막의 바닥에 찌꺼기들이 쌓이게 된다. 찌꺼기는 망막 아래에 있는 혈관으로부터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방해한다.

망막은 점점 산소부족으로 비상상태가 된다. 망막을 살리기 위해 망막 아래에 있는 혈관에서 신생혈관이 만들어지고, 망막 속으로 뚫고 들어간다. 망막 속으로 들어온 신생혈관은 구조가 매우 약해서 쉽게 터져버린다. 혈관 속에서 산소를 나르던 철분은 혈관 바깥으로 새어 나온 후 망막의 시각세포를 손상시킨다. 망막에 신생혈관이 생기면 사물이 휘어져 보이다가 출혈이 생기면 눈앞이 검게 보인다.

“망막혈관촬영과 망막단층촬영 결과를 보니 망막에 생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에서 작은 출혈이 생겼습니다. 출혈을 일으킨 신생혈관을 제거하면 출혈은 흡수될 것입니다.”

“항암제로 한다던데요?”

암은 신생혈관을 만들어가며 덩어리를 크게 만든다. 만약 새로운 혈관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 암은 크지 못할 것이다. 2004년에 신생혈관이 생기지 않게 하는 항체가 개발되어 대장암에서 항암보조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6년에 이 약물로부터 황반변성 치료제가 개발되었는데, 신생혈관을 억제해서 황반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아. 망막에 생긴 신생혈관을 억제하기 위해서 눈 속 주사로 새롭게 개발된 겁니다. 한 달 정도 효과가 지속되는데, 처음엔 한 달 간격으로 세 번 주사하고, 그 후에는 상태에 따라 주사를 놓습니다. 눈 속 주사는 보험으로 10번까지 맞을 수 있습니다.”

“정상으로 돌아가나요?”

“시력의 소실을 많이 막을 수 있으며, 시력이 좋아지는 경우도 40% 정도 됩니다.”

자외선, 담배, 고혈압, 고지혈증은 망막에 찌꺼기가 쌓이게 하는 원인이며, 반대로 비타민과 루테인이 풍부한 채소는 찌꺼기가 쌓이지 않게 하는 성분이다.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니까 태양 자체를 피하는 분이 있는데, 그러면 피부에 비타민 D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뼈가 약해질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병과 함께 오는 우울증을 빨리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망막의사들은 황반변성의 신생혈관과 싸우기 위해 2011년에 개발된 새로운 약 하나를 더 손에 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