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26

작성일 2014-09-04 첨부파일




낚시 바늘에 찔린 눈 3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서울병원으로 이송한 환자가 수술을 받는 동안 내내 고민을 했습니다. 두세 군데 봉합하는 수술이므로 3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만 30시간쯤 지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이야말로 혈기 왕성한 전문의 1년차였던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째, 환자가 원하지 않는 치료를 강요하는 것이 옳았을까요? 저는 아직도 낚시 바늘에 찔린 눈을 봉합하자고 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는 원하지 않았어도 의학적으로 그 환자의 눈을 걱정한다면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그 상황을 잘 설명만 해 주면 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만약 그 환자가 집에 돌아가서 나빠진 상태가 됐다면 그 때는 의사의 설명을 기억할 것이고, 결국 설명했던 치료를 받으러 올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 때 치료를 하면 오히려 의사를 더 신뢰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앞에 ‘우리 엄마라면’ 이라는 단서를 하나 붙입니다. 그러면 원하지 않는 치료를 강요하는 문제가 조금 명쾌해질 것입니다.

둘 째, 의사는 환자의 장기적인 결과를 보고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환자의 단기 결과에 연연했던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지요. 바늘에 찔린 환자의 눈이 물이 조금씩 새는 것 외에 시력도 정상이고, 눈 모양도 정상이었기 때문에 한 바늘 봉합을 할 때 시력이 떨어질 것을 지나치게 걱정했던 것입니다. 각막(검은자)을 봉합하면 표면이 약간 찌그러져서 난시가 생기게 되고, 회복할 때까지 약 한 달간 시력이 안 나옵니다. 그러면 이 환자는 멀쩡한 눈을 안 보이게 만들었다고 항의하겠지요.

물론 이런 부분을 다 설명을 했지만 막상 수술실에 들어가자 난시가 최대한 안 생기게 얕고, 최소의 장력이 가해지는 약한 봉합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경험과 기술의 부족이었습니다. 이때는 장기적으로 눈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달간 안 보일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면 됐던 것이죠. 환자의 장기적인 결과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세 번째, 수술 후 나쁜 결과들이 생겼을 때 ‘제가 잘못했습니다.’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할까요? 사실 환자 보호자들이 멀쩡한 아들의 눈을 수술로 실명시켰다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도 제가 잘못했다는 말을 한 후부터였으니까요. 그 다음은 무슨 설명을 해도 다 제 잘못이 된 셈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사는 절대로 ‘잘못했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 말이 치료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공방에서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피고인이 하는 말은 전부 문제의 소지가 되기 때문에 변호사가 대신해서 모든 말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날 ‘잘못했다’는 말의 힘을 체험한 후로 이 말이 상당히 꺼려집니다. 그렇지만 그 날 이후로 지난 18년 동안 문제가 생기면 솔직하게 ‘잘못했다’는 말을 하는 편입니다. 혹여 환자가 저를 고소하고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면 그 때가 제가 대학에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어떤 영화에서처럼 이 말을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수술을 제일 잘하고 제일 존경받는 의사가 되었을 때겠죠. 그런 의사가 ‘잘못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입원을 시켜드리면서 헤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1주일 후에 퇴원했으며, 입원비와 수술비는 저를 대신하여 병원에서 해결해 주었습니다. 낚시 바늘에 찔린 눈은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이 납니다. 제 무릎과 자전거와 지옥 같던 그 날과 함께...
안타깝게도 그 후로 저는 그 분을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