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29

작성일 2014-09-25 첨부파일




이래도 다시 할 건가요?

일요일 아침에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35세 남자로 골프장 매니저이고, 골프공에 맞았다고 합니다.

공을 다루는 스포츠에서 모든 공들은 눈 손상을 일으킵니다. 그 공들 중에서 골프공은 눈에 매우 위협적입니다. 테니스공 6.7Cm, 야구공 7.3Cm, 배구공 21 Cm, 축구공 22Cm, 농구공 24Cm인 반면 무게 45.93g의 골프공은 지름 4.267Cm 밖에 안 됩니다. 즉 공이 작아서 눈알에 손상을 더 줄 수 있습니다.

눈알 주위를 보호하고 있는 안와의 수직 직경이 40mm, 수평 직경이 35mm이고, 깊이가 40-50mm, 부피가 30Cm2입니다. 눈알의 길이가 24mm, 7.5g, 부피는 6Cm2이라고 보면 눈알 주위와 뒤에는 눈알 보다 5배나 많은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조직들이 쿠션 작용으로 눈알을 보고하고 있는 셈입니다.

공의 직경이 20Cm 이상 크다면 일차적으로 안와가 보호를 합니다. 눈알이 별로 눌리지 않지요. 공의 직경이 10Cm 이하로 작으면 안와가 보호를 하더라도 눈알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눈알은 순식간에 뒤로 밀리면서 납작해지는데, 이 때 눈알 뒤쪽의 부드러운 조직들이 압력을 흡수합니다. 그런데 압력이 너무 세면 압력을 흡수해서 눈알을 보호하기 위해 주위의 얇은 뼈가 부서지게 됩니다. 주로 가장 얇은 아래 쪽 뼈가 부서집니다. 그러나 그 압력을 전부 흡수하지 못한다면 눈알 자체가 터져버리고 말겠죠.

이 환자도 눈알이 터져버린 경우입니다. 눈 속에는 출혈이 되어 있고, 각막과 결막 사이가 찢어져 있었으며, 홍채와 수정체는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망막도 크게 찢어져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정도로 심하게 손상을 받은 눈은 제거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어차피 이 눈은 살리기 어려운데다가 간혹 반대편 눈도 교감성안내염으로 실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요즘에는 최대한 눈을 살리는 방향입니다.

바깥으로 나온 홍채와 수정체를 제거한 후 찢어진 부위를 봉합합니다. 눈 속에 물을 넣어줘서 눈의 모양을 만들어 주고, 압력을 올려줍니다. 2주 후 눈 속의 출혈을 제거합니다. 심하게 찢어진 망막을 제거하고 남아있는 망막을 붙여주기 위해 눈 주위에 실리콘 스펀지를 두른 후 눈 속에 물을 빼 내고 실리콘 기름을 주입합니다.

다행히도 나머지 망막이 잘 붙어있었고, 시야의 한 쪽은 보이지 않지만 나머지 시야와 중심부를 통해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한 눈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하므로 거리감도 매우 떨어졌습니다.

“선생님. 이제 일을 해도 되나요?”
“네. 그럼요. 다시 골프 일을 하실 건가요?”
“예전처럼이요.”
“골프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두렵지 않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평생 골프만 하고 살았어요. 선수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되자 매니저 일을 찾았지요. 골프공이 제 한 눈을 가져간 것은 제 운명이에요. 아버지 때문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던 어린 시절, 골프공에 눈을 맞을까봐 두려웠어요. 막상 한 눈에 골프공을 맞고 나자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 사라져 버렸어요. 골프가 없는 제 인생은 상상할 수 없을 거에요.”
“그래도 공 조심하세요.”